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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력 제고 “발등의 불”/개방앞둔 국내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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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쟁력 제고 “발등의 불”/개방앞둔 국내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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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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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기법·새상품 개발로/외국사 시장잠식 막아야 우루과이라운드(UR)의 파도를 타고 집요하게 밀려들어오는 미국 금융을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방어할것인가. 풍부한 자금력과 첨단금융기법으로 무장한 미국금융의 시장잠식공세에 대해 자기 영역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선진 금융기법을 서둘러 도입하고 쓸데없이 비대해진 몸집에서 군살을 빼느라 여념이 없는등 금융경쟁력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갖가지 방어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경쟁력구도가 력불족인데다 경쟁력강화노력의 결실이 단기적으로 쉽게 맺어지는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국내금융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금융개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구체적으로 대응에 나선것은 80년대후반부터다. 이전까지는 오로지 정부만이 미국과의 금융협상을 통해 『국내여건상 개방불가상태다. 여건이 되는대로 점차 개방해 나가겠다』며 개방저지에 사력을 다해왔다. 더이상 버티는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갈수록 명백해지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개방을 전제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금융의 개방압력은 처음엔 한미간의 쌍방협상 형식으로 전달됐으나 최근엔 UR에 의한 다자간협상을 통해 거부할 수 없는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개방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5년이내에 웬만한 금융상품과 금융기법은 국내에 허용되도록 정부의 개방계획(일명 블루프린트)은 명시해놓고 있으며 5∼10년사이엔 개방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찾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 될것이다.

 미국금융에 대해 직접적으로 맞서 싸워야 할 국내 금융산업의 진용은 지난해말 현재 금융기관 숫자가 6천8백39개, 점포수가 3만5백21개, 자본금규모가 24조5천3백55억원등으로 짜여져 있다.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직원수는 32만5천2백58명이다. 이들 국내 금융기관들이 모두 3백30조원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금융의 국내시장 잠식경로는 크게 2가지다. 금융기관이 직접 국내에 진출, 영업을 하며 자기시장을 넓혀가는 방식과 금융기관은 진출하지 않고 돈만 국내로 들여와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금융기관들의 직접진출이라는 첫번째 공세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국내 금융기관에 곧바로 타격을 가한다. 이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바짝 긴장하며 경쟁력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금융기관들은 은행이 52개, 증권이 9개등이며 자본금이 1조4천9백43억원, 직원수는 2천7백57명이다. 외국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말 현재 총수신기준으로는 1·3%, 대출기준으로는 4·0%이다.대출점유율이 높은것은 국내예금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업기금으로 대출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이처럼 작은데 대해 외국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의 각종 규제와 차별 탓이라며 「개방확대」를 부르짖고 있다.

 상업차관등의 형식으로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공세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돈을 중심으로 한 값싼 외국돈이 마구 쏟아져 들어올 경우 정부의 통화관리등 금융정책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외국돈의 유입은 시장잠식 측면에서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영업기반 확대에 비해서 심각성이 덜하지만 통화혼란의 문제에서는 영향력이 더 크다.

 외국금융, 특히 미국금융이 국내금융을 어느정도 잠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막강한 미국금융의 개방압력이 국내 금융산업의 탈바꿈 속도를 엄청나게 가속시킬것만은 확실하다.【홍선근기자】

◎해외 국내은행 「신용도 측적」 필수적/미·유럽진출 영업망 백90곳… 지역토착화·서비스강화 시급

 90년대들어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급증한 것은 국내 금융산업에 불고있는 「국제화」바람의 한 단면이다. 밀려오는 외국자본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처럼 선진금융현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국제화의 「실천」이기때문이다.

 지난해말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현황을 보면 ▲현지법인 45개 ▲지점 69개 ▲사무소 76개등 총 1백90개의 영업망이 전세계에 뻗어있다. 지점 47개, 법인 15개, 사무소 55개에 불과하던 85년에 비하면 8년만에 62%나 증가했으며 폭넓은 업무영역과 현지 토착화전략을 통해 해외시장공략에 첨병역할을 하는 현지법인수는 2백%나 급신장했다.

 진출지역도 다양해졌다. 얼마전만 해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도쿄 LA등 교포지역과 뉴욕 런던등 국제금융요충지가 전부였지만 80년대말이후 유럽·동남아 금융도시들과 중국·중남미로의 확산도 눈에 뛰고 있다. 또 5대시중은행 국외점포의 1년간 영업이익은 총 1억6천6백만달러로 92년(1억2천7백만달러)보다 31%나 증가할만큼 실속도 차린 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들의 「해외부문성적표」는 아직도 국내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일 선진국금융기관들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다. 은행의 국제화수준을 나타내는 총자산중 해외부문자산의 비율은 92년 미국·일본은행들이 각각 31.5%, 24.7%인데 비해 우리은행은 15.4%에 불과했고 해외영업이익률도 5.6%로 미(36.5%) 일(28.7%)에는 비교도 안된다.

 우리 은행들이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려면 먼저 「신용도」의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 국제금융의 공신력은 곧 우리 은행들이 해외자본시장에서 조달할 「돈값」과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고금리국가에선 은행들이 신용도를 높여 해외에서 값싼 자본을 도입하는 것이 국가경쟁력강화의 필수조건이다. 현재 국책성격의 일부은행을 제외하고는 신용도면에서 선진국은행과 어깨를 겨룰만한 일반은행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에서처럼 외국서도 교포들을 상대로 예대마진이나 챙기며 우리 은행끼리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이는 낙후된 영업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외국은행들이 한국에서 그랬듯이 철저한 지역토착화와 앞서가는 서비스개발로 현지인들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국금융시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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