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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없이 임금안정 없다(「고금리」 벽을 깨자:1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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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없이 임금안정 없다(「고금리」 벽을 깨자:10·끝)

입력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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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성공 드물어… 여건마련이 정도 「뉴 프런티어」(신개척정신)를 내걸고 당선됐던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작고)은 지난 62년 권좌에 오르자마자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경제정책을 발동했다. 임금인상률을 3·2%수준에서 결정토록 하는 임금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한 것이다. 당시 패기만만한 젊은 대통령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던 미국국민(근로자)들은 크게 실망했으나 초기에는 정부의 권고를 따랐다. 그러나 케네디대통령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물가가 너무 올라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 났기 때문이다.

 임금안정은 모든나라(정부)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정부의 막강한 권력으로도 어째볼 수 없는게 임금정책이다. 임금안정에는 노조의 자율적 동의가 필요하다.

 임금정책의 정도는 임금이 안정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여건마련이다. 정부가 할 일은 사실 이것뿐이다. 다급할 때는 다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선진국들도 정도에서 벗어난 임금정책을 여러차례 시행하곤 했다. 케네디대통령의 임금정책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미국의 카터 전대통령도 7%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영국의 윌슨총리(노동당)와 히드총리(보수당),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사회당)등은 특별법을 만들어 임금 주요물품가격 건물임대료(전월세가격) 주식배당등을 일정기간 모조리 동결시켜 버리기도 했다. 시장경제체제의 자본주의선진국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 무리인줄 잘 알면서도 정부가 가격통제정책을 발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경제상황이 심각했다.

 문제는 이같은 임금통제정책들이 과연 성공했느냐이다. 불행히도 대부분 실패했다. 원인은 물가폭등―. 노동계가 처음에는 정부정책에 호응하여 임금안정을 약속했지만 물가가 크게 올라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들자 모두들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임금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주거비 교통비 자녀학비등의 물가가 오르면 근로자들의 가계는 적자가 된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임금동결령을 내렸을 때 주요물가와 임대료를 동시에 동결시켜 버린 것도 근로자의 생계비상승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등 임금이 안정된 나라의 공통점도 바로 물가안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선부원장은 『물가가 안정된다 하여 반드시 임금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안정없이는 임금안정을 절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지 못하는한 어떠한 임금정책도 소용이 없다.

 금년도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6.6∼10.8%―.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협약인상률이 실제임금인상률의 절반도 안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올해의 임금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물가는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월중 1·3%에 달한데 이어 2월에는 2%를 상회할 전망이다. 실제생활에서 느끼는 피부물가는 10%이상 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의 물가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노총안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안정기조가 깨지면 「고임금」의 벽은 더 두터워진다. 「고임금→고물가→고임금」이라는 악 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 수순은 물가안정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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