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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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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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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나라에서 사법권을 행사하는것은 과거 서세동점하던 제국주의시대나 있는 일이었다. 중국의 요지를 조계지로 차지하고 영사재판을 실시했었다. 힘없는 중국으로서는 눈을 뜨고 주권을 침해당한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국인 러시아에서 타국이 버젓이 사법권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이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일하는 2만여 인부들에 대해 공공연하게 혹독한 징벌을 하고 있는것이다. 구소의 KGB(비밀경찰)와 북한의 사회안전부간에 탈출자를 막기 위해 맺은 비밀협약에 따라서다. ◆구소의 붕괴와 함께 인부들에 대한 감금·폭행·치사사실이 드러나 주권침해라는 여론이 일자 러시아의 의회는 벌목장의 폐쇄를 건의했다. 이에 러시아정부는 북한에 대해 징벌금지·인권보호를 조건으로 림업협정의 연장을 제기했으나 북한이 반발, 교섭의 난항으로 폐쇄여부는 미결인 상태다. ◆최근에 벌목장을 집단탈출한 북한인부 1백70여명이 주모스크바 한국공관등에 귀순을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귀순을 요청않고 방황중인 탈출인부도 수백명에 이르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놀라운것은 이같은 엄청난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한심한 자세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유엔고등판무관사무소의 국제난민이란 확인을 거쳐 북한에 송환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러시아거주를 추진중이라는것이다. ◆설사, 러시아거주허가를 얻는다 해도 이들에게 합법적인 공민증발급보장도 없는데다 북한과 범죄인인도협정을 맺고 있어 러시아와 북한이 뜻이 맞을 때는 언제든 북한에의 강제송환 가능성이 있다. 도대체 사지를 탈출해 구원의 손을 내밀고 있는데 무슨 자극을 우려하고 눈치를 본다는것인가. 난민으로 확인되면 유엔결의에 의해 제3국 선택권이 있는 만큼 희망자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동족의 애절한 방황을 보고만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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