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백50만불받고 10년 활동하다 덜미/클린턴 “대단히 심각”공식 항의 22일 미국을 강타한 미중앙정보국(CIA) 고위관리 올드리치 에임스(52)의 스파이사건이 미·러시아간의 외교알력으로 비화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개요는 CIA의 전소련지역 담당자인 에임스가 「황금」에 눈이 멀어 지난 85년부터 옛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스파이활동을 해오던중 21일 자신의 아내 카사스(41)와 함께 미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것.
에임스는 지난 31년간 CIA에 근무해온 베테랑 첩보요원으로 특히 KGB를 상대로 한 역정보공작의 대가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83∼85년 대소련 및 동구권 첩보업무를 맡는 동안 워싱턴내 KGB 프락치들에게 포섭돼 CIA비밀활동서류와 러시아 이중간첩신원등을 넘겨주었으며 그 대가로 1백50만달러를 러시아측으로부터 받은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 돈으로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54만달러짜리 호화주택과 영국제 고급승용차 재규어를 구입했고 주식도 16만5천달러어치나 투자했다. 이들 부부는 또한 지난 10년간 신용카드 결제대금으로 매년 5만달러이상 지출하는등 호화생활을 누려온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번 사건은 미국사회 전반에 상상외로 큰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이 사건이 지난 10년내 미최대의 스파이사건으로 미국첩보망의 결정적 결함을 백일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86년 국가안전국(NSA) 직원 로널드 펠턴 간첩사건등 KGB와 연루된 미국내 이중스파이사건은 가끔 있어왔다. 그러나 에임스사건은 핵심정보기관인 CIA의 적성지역 책임자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측면에서 그 충격이 엄청난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미국의 「분노와 놀라움」은 22일 클린턴대통령의 발언으로 함축됐다. 그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를 러시아정부에 『공식항의했다』고 말해 이 사건이 양국간 외교마찰을 불러올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무부도 이와 관련, 워싱턴주재 러시아대사를 소환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한편 러시아가 자진해서 스파이활동을 배후조종해온 자국 외교관들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의 이같은 대러시아 강경자세는 최근 보스니아사태 논의를 위한 양국정상간의 전화통화가 이틀동안이나 불발됐다는 점과 맞물려 미·러관계에 심상치 않은 알력을 가져올수 있다는 추측을 낳고있다.
한편 그의 체포는 FBI의 끈질긴 수사가 올린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FBI는 그가 이중스파이라는 한 KGB전향자의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 2년동안 도청과 비밀가택수색활동을 벌여왔다.
FBI가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은 지난해 6월. 법원의 비밀영장을 발부받은 FBI요원들은 당시 워싱턴근교 CIA 본부에 들이닥쳐 그의 사무실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인끝에 러시아와 관련된 각종 비밀서류 1백40여건을 발견했다. 이는 마약감시반에서 일하는 그가 91년 대러시아업무를 그만둔 뒤에도 계속해서 러시아정보기관에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고부동한 증거였다.
이번 사건은 냉전종식에도 불구하고 동서간 첩보전이 아직도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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