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대처·재벌정책후퇴 신뢰 희석/효과논란속 실명제·규제완화 성과 「김영삼경제」1년은 제도개혁과 경기활성화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쫓으면서 때론 상충되고 때론 보완적인 두 목표사이를 넘나들어 왔다고 한마디로 요약할수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최우선기대가 경제회복이었던 만큼 김대통령으로서는 최단시일내에 그 요구를 현실화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자유스러울수 없었다. 반면 누적된 경제제도상의 여러가지 병폐와 장기화된 경기침체, 이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의욕저하가 구조화돼 이를 타파하는 작업 역시 피할수 없었다.
이에 따라 경제팀도 청와대경제수석실이 중심이 된 경기활성화파트와 경제기획원을 필두로 한 제도개혁파트등 2원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경제문제의 속성상 김대통령의 의욕에 찬 「한해 농사」가 과연 어떤 「작황」을 거뒀는지를 현 시점에서 쉽사리 속단키는 어렵다.
청와대와 정책당국은 금융실명제·규제완화등 그동안의 혁명적 개혁조치와 부양책이 지난 연말부터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자신하고 있다. 과거 성장과정의 부작용인 정경유착 투기등의 불공정 경제관행을 타파함으로써 기업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지고 「신3저현상」이라는 국제적 여건까지 가세돼 완연한 상승국면에 올라섰다는것이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은 정부가 가시적인 단기성과에만 급급, 정권초 「신경제 100일계획」등 무리한 부양책을 남발해 경제토양개혁과 성장잠재력배양등의 두 측면을 모두 놓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정부가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금융실명제도 금융자율화등과의 수순이 뒤바뀌고 내용을 계속 후퇴시켜 날이 거의 무뎌지는 상황에 처했다는것이다.
논란은 이같은 총론적 평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정부는 출범초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10조원 가까운 금융·세제지원과 창업절차간소화등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재벌위주의 성장정책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는 주장은 대표적 예이다. 또 UR문제때 드러난 부처간 불협화음과 허점, 자율화와 규제사이를 오락가락해온 물가정책의 난맥상등은 경제팀의 전반적 정책수행능력을 의심케한 대목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시행착오가 거듭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대통령의 1년간 「경제성적표」는 과거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평점을 얻고 있다.
재벌이나 지하의 「검은손」등 기득권층이 정권초의 잇단 개혁행정에 집단적으로 불편함을 표시할때도 김대통령은 『개혁은 경제활성화의 디딤돌이며 량자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가진것이 오히려 고통이 되게 하겠다』는 김대통령 특유의 과잉표현이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불로소득의 원천적 봉쇄를 겨냥한 사정과 개혁의 칼은 국민 모두의 고통분담을 설득할수 있는 기반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종합과세의 유보와 여기저기 찢긴 그물로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는 김대통령의 업적으로 남을것이라는 점도 이론이 없다. 또 경제의 비효율성과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온 5백여건의 경제행정규제를 풀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립하려 했던것은 일단 체질쇄신의 방향타를 올바로 잡은 정책이었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현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지나치게 조급하게 의식해 또다른 걸림돌에 직면한것도 사실이다. 고속전철등 대형국책사업의 시행시기를 수차 번복했는가 하면 특히 재벌들의 「얼어붙은」마음을 녹인다며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또 안이한 UR대처로 국제화와 개방의 불가피성에 대한 농민등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데 문제를 낳았으며 농촌의 생산기반붕괴를 막아야 하는 막대한 짐을 지게된 점도 지적됐다. 요컨대 화려한 청사진도 많고 벌여 놓은 일, 벌이겠다고 약속한 사업도 숱하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에 허점을 노출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긴것은 무엇보다 뼈아픈 일이 될것이다.
때문에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올해의 통치이데올로기로 내세운 김대통령이 헤쳐 나가야 할 산은 험난하다고 말할수밖에 없다. 물가, 재벌 및 노조, 관료사회의 보신성과 치러야할 3대전쟁을 당면과제라고 한다면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회복은 경기회복보다 더 앞세워야할 대상일것이다.【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