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체전 등 갖은 명목 징수/서류 안갖춰 개인착복 의혹도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한 대국민약속은『기업으로부터 준조세성격의 성금은 한푼도 안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2일 감사원의 실태조사결과 지방자치단체중 대통령의 이같은 약속을 실천하는 곳은 별로 없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새정부출범후에도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기부금을 반강제적으로 징수,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시도의 경우 소속직원들의 자녀장학기금등의 명목으로까지 기부금을 강권하다시피 했고 이를 거절하는 기업에는 행정력을 이용,압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둔 돈중 상당액은 기관장의 개인적 판공비로 지출된 경우도 있었다. 아무런 증빙서류없이 불분명한 용도에 사용된 돈도 적지않았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중순부터 20여일간 내무부등을 상대로 실시한 행정기관의 기부금품모집 실태조사에서는 조사대상기관의 전부가 이같은 준조세성격의 기부금및 성금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액수만도 42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치안성금, 복지회관건립기금, 체육관건립비등 수십가지 명목으로 거두어온 기부금중 불우이웃돕기, 체육성금등 극히 일부분만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감사원 관계자들의 설명을 빌리면 지자체가 거두는 각종 기부금을 모두 조사할 경우 그 액수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손방길5국5과장을 반장으로 10명의 기동감찰반을 투입해 현지실태조사를 벌인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김대통령의『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돈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이 일선행정기관에서도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는 기관장들이 기관의 힘을 이용해 기부금명목의 돈을 거둔뒤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비리를 근절하자는 것이었다. 또 이런 관행이 계속될 경우 95년 지자체선거이후 선거직으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각종 기부금을 받아서 개인의 판공비등으로 전용,선거에 대비한 선심용자금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자는 의도도 있었다.
현재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은 의뢰·권유등의 방법으로 대가없이 금품을 모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할수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무부및 지방자치단체들은『기탁자가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품의 접수는 법에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강제적인 기부금접수를「자발적인 기부금기탁」인양 위장해 징수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청백리의 상징으로「한국의 잠롱시장」이란 명성까지 얻었던 오성수전성남시장의 경우이다. 그는 90년6월부터 2년여 재직기간동안 오리콤직장주택조합으로부터 주택조합사업승인과 관련,사례성 기부금을 받는등 모두 6억여원을 거둔뒤 개인의 판공비나 시운영비로 사용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공무원자녀들의 장학기금에 돈을 내라』『시의 불우공무원돕기에 참여하라』『도민체전을 하는데 시예산이 부족하다』『시의 문화행사에 성의를 보이라』는 각각의 명분을 내세워 돈을 거두어 왔다. 기부금의 사용처중 상당수는 기관장의 판공비등으로 들어갔고 상당수는 용도조차 불분명하다. 손감사반장은 이와관련,『기관장들이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심증을 강하게 가졌으나 예금계좌추적이 불가능해 증거를 잡을 수 없어 검찰고발도 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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