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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급 왜곡 고임·실업함께(「고임금」 벽을 깨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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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급 왜곡 고임·실업함께(「고임금」 벽을 깨자:8)

입력
1994.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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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체계도 산업현실과 동떨어져 「고임금」의 벽에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병폐와 부조리가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 30만여명이 학교도 못가고 직장도 얻지 못하고 군에도 입대를 못한채 무위도식하고 있다. 반면 염색 해운등 소위 3D업종에선 국내에서 일손을 못구해 한때 최고 10만명, 지금도 6만명이상의 해외인력을 변칙 고용하고 있다. 이바람에 엉뚱하게도 외국근로자가 고임금과실을 챙기는 한편 업체들은 고임금부담에 따른 경쟁력약화를 못견뎌 휘청거리고 있다.

 한쪽에선 수십만명이 실직상태로 빈둥거리고 다른 한쪽에선 인력난과 고임금에 공장문을 닫을 정도로 인력시장이 극단적인 파행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근로자가 임금에서부터 괄시받는 나라도 드물다. 92년 제조업근로자의 임금은 월 79만9천원으로 농업을 뺀 다른 산업의 평균치(86만9천원)보다 적다. 서비스업(1백7만원)은 물론 도소매·음식·숙박업(88만원)에도 훨씬 못미친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등 경쟁국뿐 아니라 미국등 세계 어느 나라도 제조업임금이 서비스나 유통업보다 적은 경우는 거의 없다.

 비제조업 임금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업종의 수익률이 높아 지불능력도 크다는 얘기다. 지난 89년 주택2백만호건설공약의 여파로 건설업의 노임수준이 급상승, 제조업을 비롯한 전업종에 걸쳐 「고임금」벽을 더욱 단단히 만들기도 했다. 만성화된 「거품경제」, 사회 곳곳에 파고든 지하경제 때문에 내수산업에 불과한 서비스·건설업의 임금이 턱없이 높다. 비제조업분야의 이같은 고임금 불똥은 곧장 제조업으로 옮겨 붙어 수출경쟁력을 뿌리째 흔들고, 서비스료·주택값을 치솟게 해 고물가·고임금의 악순환을 가속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사실 인력공급을 전담하는 교육체계만 잘 갖춰져 있으면 임금체계나 고용시장에 다소 교란요인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임금」벽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산업계의 요구엔 곁눈도 주지 않는 「고고함」을 지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 교육제도가 얼마나 경제에 반하는 체제인지 입증하는 통계는 수두룩하다.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기를 맞아 기능인력 양성기관인 실업고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 70년 10만명을 겨우 웃돌던 입학정원이 80년엔 28만5천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80년대들어 졸업정원제실시 여파로 4년제대학 정원이 폭발적으로 늘자 실업고정원은 12년뒤인 92년 되레 27만7천명으로 줄었다.

 산업현장근로자에게 계속 교육기회를 주자던 개방대학은 인문고 졸업생의 진학통로로 변질돼 몇년 못가 4년제의 정규대학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91년 정기국회에 상정된 산업기술대학 설치법안은 전문대를 비롯한 기득권층의 집단반발로 국회통과가 유보돼 3년째 당국의 서류함 속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업계에선 『불량부품은 반품이나 되지만 엉터리로 키운 인력은 반납도 못한다』는 넋두리가 나돌만큼 기존 교과과정이 산업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맹목적 고학력중시 풍조, 「인문우위」의 교육체계, 거품경제와 지하경제, 제조업경시 풍토, 근로기강 해이등 갖가지 병폐가 헛배 부른 「고임금」벽을 단단히 굳히는데 한 몫씩 하고 있는게 우리 경제의 엄연한 현실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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