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윤리법 개정·재산공개 정착/“사회 위축·정치인 불신 초래” 지적도 김영삼대통령의 정치관은 「깨끗한 정치」라는 한마디로 집약된다. 지난 1년간 김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말해왔고 또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약관시절 정치에 투신한 이래 명분과 원칙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정치10단」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내건 명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때문에 김대통령은 앞으로도 어떠한 난관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치개혁에 전념할게 분명해 향후 4년동안 정치권의 최대 이슈도 바로 「깨끗한 정치」가 될것이다.
김대통령은 누가 뭐라해도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믿는다고 강조한다. 또 이념적으로는 민주주의와 동반자격인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우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건전한 자본주의의 기본인 「공정한 게임의 룰」이 없었고 그것은 30년동안의 군사정권에서 비롯된것이라는게 김대통령의 생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1세기를 향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제 방향으로 잡아놓아야 하고 그 첫걸음으로 정치를, 구체적으로는 선거를 깨끗이 하겠다는것이다.
그의 취임 일성은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것이었다. 이어 김대통령은 스스로 재산을 공개, 국민앞에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깨끗한 정치」의 구현을 위한 솔선수범에 나섰다. 이로인해 지난해 3월에는 우리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혁명적 상황이 전개됐다. 국회의원과 장차관등 공직자들이 대통령의 뒤를 따라 재산을 공개, 「자아비판」의 아픔을 겪었다. 국민이 납득하지못하는 부를 축적한 의원 3명이 3월에 정치권을 떠났고 또 3월과 9월에 각 2명의 민자당의원이 탈당했다. 사정정국에 이어 7월 임시국회에서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 재산공개를 제도화했다. 또 바로 한달뒤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전격시행된 금융실명제도 경제개혁을 위한것이지만 부정부패의 근절이라는 측면에서는 맥을 같이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적지않았다. 그중에는 나름대로 논리를 갖춘것도 있지만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비난도 있었다. 먼저 도덕을 정치의 원리로 삼는 바람에 정치권을 침묵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깨끗한 정치」를 크게 외치는 것은 바로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죄인시하는 풍조를 낳았고 어느 누구도 자칫 자신이 다칠까 두려워 『노(NO)』라 말하지 못하게 됐다는것이다. 『가장 도덕적인 정치는 가장 비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낸다』 『도덕적인 사람보다는 유능한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는게 낫다』 『청교도적 도덕정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와 사회의 위축을 가져온다』는등의 얘기가 장막뒤에서 나돌았다.
「깨끗한 정치」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년간의 민자당은 결코 김대통령의 마음에 차지 않았던듯 싶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걸핏하면 계파간 갈등이 노출되고 정작 개혁 얘기가 나오면 뒤꽁무니 빼는게 일쑤였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민자당에 대해 주문해온것은 『스스로 변화하도록 하라』는것이다. 『민자당이 변하지 않고는 국민보고 달라지라고 말할수 없다』는게 민자당에 던져준 화두이다. 『사람을 바꾸는것도 방법이지만 사람이 변할수도 있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상당수 민자당의원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는것이다. 『지금 아무리 다선의원이라도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공천을 줘도 선거에서 탈락할것』이라는 말도 당의 모습을 일신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는것이다.
김대통령이 지난 1년간 민주당을 대해온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야당대접」을 별로 해주지 않은듯 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으로부터 야당이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같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야당이 있어야 대통령도 집권여당도 일하기 편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는 야당에 대한 상당한 불만이 도사려 있다.
김대통령도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비판의 소리를 들어왔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개혁에 따른 고통이 자신에게 닥쳐오니까 그런것으로 본다. 국민의 절대다수는 특히 정치개혁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깨끗한 정치」를 위한 김대통령의 의지가 확고부동하다는것이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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