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가져다 주는 남신역할/어두운 시간 숲속에서 가장 많이 출현” 중앙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논문으로 통과된 그의「한국도깨비담연구」는 도깨비에 관한 국내연구를 망라하고 이를 민속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늘을 휙휙 나는 시퍼런 불도깨비, 밤이 새도록 나그네를 홀린 미녀도깨비, 멍석 도깨비, 달걀도깨비 등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신비의 대상이었다.
그는 도깨비라는 말이 풍요를 상징하는 불과 종자의 뜻을 가진「돗」, 아버지 혹은 성인이 된 남자를 의미하는「가비」가 결합된 낱말로 설명한다. 도깨비는 풍요를 관장하는 남신의 역할을 맡은 가상의 반신반인이라는 것이다.
밤에 여인의 집을 드나드는「야래자설화」와, 이것의 영향을 받은「부자되기」설화는 이 논문에서 도깨비가 풍요를 관장하는 남신이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야래자설화」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견훤탄생담」(삼국유사)과 도깨비 덕으로 부자가 되는 유형의 설화를 비교하면 표와 같다.
표에서처럼 주인공은 여자이고, 남성인 도깨비와 여자 주인공의 동침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결국「야래자설화」에서는 주인공이 후에 큰 인물이 되는 아이를 낳게 되고,「부자되기」설화에서는 도깨비가 주는 재물로 부자가 된다. 이렇게 도깨비는 풍요를 가져오는 반신반인의 남성이라는 것이다.
「도깨비도 숲이 있어야 모인다」는 속담처럼 설화 속에서, 혹은 환상 속에서 도깨비는 숲속에 제일 많이 출현한다. 문화재연구소가 91년3월 도깨비목격자나 도깨비설화 전승자 3백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출현장소는 산·숲속·덤불이 1백건, 폐가·상여집·당집이 56건, 물가(바다)가 42건, 공동묘지 34건, 고목·느티나무가 28건으로 나타나 있다.
도깨비는 언제, 왜 출몰할까.
설화 속에 도깨비는 어둠의 시간에 나타난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도깨비는 공간적·시간적으로 인간의 활동시간이 아닌 밤에 활동하는 인간을 용납할 수 없어 이를 응징하기 위해 나타난다. 이 때 인간에 대한 도깨비의 접근은 도전의 의미를 띠게 된다.
그는 도전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홀리기」이며, 도깨비의 도전이 강하지만 인간이 이기는 경우가 인간과 도깨비의「대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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