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차면 곧 기운다.기울었다가 다시 차서 또 둥근 모습을 이룬다. 완전히 기울면 사흘 동안 아예 모습을 감춘다. 달이 기울고 차는 이치는 흥망성쇠를 상징한다. 오만한 사람은 언제까지고 흥성의 날만 계속될것으로 생각하고 쇠락의 때는 예기하지 못한다. 옛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 한 해의 살림을 계획했다. 달맞이로 풍흉을 점치고 부럼을 깨물어 부스럼을 물리쳤고 귀밝이술을 마시며 오곡밥과 나물을 무쳐 먹었다.
나무에 반쯤 가린 이 그림속의 달은 잎사귀가 떨어진 앙상한 가지로 보아 정월 대보름 달을 그린 듯하다. 단원 김홍도는 창공에 멀리 떨어진 달을 그리지 않았다. 뒷동산 나무숲과 더불어 있는 달을 그렸다. 그런 까닭에 대보름 환한 달은 보는 이의 마음을 위압하지 않고 마실온 친구처럼 포근하다.
검은 먹빛 하나로 선을 만들어서 짙고 흐린 부분을 나누어 나무를 나타냈다. 겨울 풀숲의 누런 바탕이 뻗어올라간 나무 줄기와 어울려 저녁 나절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옅은 색 나무가지에 잎새가 없는 쓸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김홍도는 절반만 보이는 대보름 달을 그려서 평화와 희망을 드러냈다.
당대 일류 화가의 이 그림은 뛰어난 예술성으로 감동을 준다. 그렇지만 예술성보다 보는 이를 사로잡는 강한 힘은 정월 대보름 달을 통해 전해주는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다. 잔잔히 쳐다보면 그림 속으로 빨려든다. 1796년작「병진년 화첩」중에서, 가로31.6㎝, 세로26.7㎝. 보물 782호. 호암미술관 소장.【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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