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대표하는 민자당과 민주당의 대변인 성명을 보면 한마디로 저질의 입싸움같다. 자기 당의 공식입장을 대 내외에 밝히는 공당의 성명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나 표현이 너무나 원색적이고 감정적이다. 정치를 이끌어 간다는 대 정당의 입들이 어느새 이렇게까지 거칠어지고 험해졌는지, 정치언어의 황폐화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종필 민자당대표와 이기택 민주당대표의 국회연설이 끝난뒤 양당에서 주고 받은 논평만 보더라도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다. 민주당의 박지원대변인은 김대표의 연설에 대해 『실권없는 집권당대표로서 온갖 정치적 수사를 사용한 연설이 얼마나 국정에 반영될지 의심스럽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바람막이」운운하고 비꼬았다. 비공식 논평에서는 『김대표의 연설은 검토할 가치도 없다. 그냥 일과성으로 흘려 보내면 된다』고까지 했다.
이대표의 연설을 공격한 하순봉 민자당대변인의 논평은 박대변인보다 한술 더 뜬 느낌이다. 『길거리 시위현장에서나 나올법한 무책임한 선동과 구호만 나열된것』 『그의 수준과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권 정당의 대표로서는 가장 허구에 찬 내용』 등등 요새 유행하는 「그렇게 심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민자당은 얼마전에도 민주당을 향해 「당뇨병 환자」 「달보고 놀란 개」 「부화뇌동 집단」 「2비트 단세포정당」이라고 쏘아붙였다.
공당의 입으로 자처하는 대변인들의 이러한 저질 쇼가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것 같아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다.
도대체 이런 언어의 삿대질로 얻을게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이 대변하는 정당의 의기가 양양해질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가. 공격받는 상대당이 치명상이라도 입고 주저 앉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인기가 올라갈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인가. 과연 입심있는 정치인이라고 국민들이 박수라도 쳐 줄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인가.
그러한 성명전은 그렇지 않아도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정치풍토를 더욱 황량하게 만들 따름이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치의 선진화는 커녕 뒷걸음질만 재촉할 뿐이다. 정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뿐이다.
여야는 서로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예의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개개 정치인의 말부터 순화돼야 한다. 정치인이 하는 말의 수준이 곧 정치수준이다. 특히 공당의 입인 대변인은 자구 하나하나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들의 성명이나 논평은 단지 상대당을 향한것이 아니라 전국민을 향해 외치는 정당의 대표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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