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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머랭효과에 근로자도 “허덕”(「고임금」 벽을 깨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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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머랭효과에 근로자도 “허덕”(「고임금」 벽을 깨자:7)

입력
199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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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보전형 인상 급급 복지밀려 고임금을 떠안은 상품은 아래로는 저임금상품에, 위로는 고기술상품에 각각 밀려 팔리지 않는다. 그에 따른 시장상실의 불이익은 곧바로 근로자에게 되돌아온다. 이러한 고임금의 부머랭효과에 우리경제가 최근 수년간 허덕이고 있다. 고임금은 분배구조의 개선이 당초취지이다. 그러나 단기간의 가파른 임금상승에 의해 형성된 지금의 고임금은 부동산폭등을 필두로한 고물가에 의해 당초취지는 빛이 바랜 채 시장상실의 부작용만 낳아 고임금자체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

 국내 A자동차의 근로자들은 1년에 이회사의 대표적인 자동차를 한사람당 평균 24대 만든다. 미국시장에서 이 자동차의 가격은 대당 7천2백달러이므로 근로자 한사람이 1년에 자동차를 만들어팔아 버는 돈(매출액)은 17만3천달러이다. 이중에서 근로자가 임금으로 받는 돈은 2만6천달러이다. 반면에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근로자들은 1년에 한사람당 A회사와의 경쟁차종인 터셀을 50대씩 만들어 43만5천달러(대당 8천7백달러)를 번다. 이중에서 5만7천달러를 임금으로 받는다. A자동차의 1인당 평균임금은 단순수치로 도요타 평균임금의 45.6%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근로자는 1년간 자신이 버는 돈의 13.1%를 임금으로 가져가는 반면 A자동차는 15.0%로 임금의 경제적 부담은 A자동차가 더 크다.

 국내근로자들도 도요타처럼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 좋을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로자들이 만든 차가 값을 올려도 팔릴수 있다는 전제아래 가능한 얘기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음을 우리경제는 이미 경험했다. A회사의 자동차가 지난 86∼88년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매년 40여만대씩 팔려 신화를 만들 때 가격은 5천달러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가격이 40%이상 올랐다. 가격이 오름에 따라 판매대수가 곤두박질, 지난해는 15만대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상승으로 시장을 절반이상 잃어버렸다. 가격상승을 부채질한것은 환율요인이 있긴 했지만 급격한 임금인상이 주요 요인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88∼92년간 이회사의 임금상승률은 87%로 같은기간 도요타의 19%에 비해 4.8배였다.

 시장상실의 부작용은 고임금이 과실분배형이 아니라 물가보전형일 때 더욱 심각하다. 기술과 생산성의 우위에서 나오는 과실을 바탕으로 임금을 올리면 상품의 경쟁력이 어느정도 유지된다. 미국과 일본이 이러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으며 대만도 비슷하다. 한국은 기술과 생산성에 상관없이 고물가에 의한 생계비결손을 메우기 위해 임금을 올리는데 급급, 경쟁력을 까먹고 있다. 

 83∼92년 10년간의 주요국 임금 물가동향을 보면 다소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미국은 물가가 45.4%올랐는데 임금은 34.9%가 상승하는데 그쳤다. 실질임금이 10.5%감소한것이다. 이기간중 미국경제가 일본등에 시달리면서 기술과 생산성의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것이 그대로 임금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 임금상승률이 2백95.1%로 대만의 1백59.2%보다 훨씬 높지만 물가상승률이 대만의 3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근로자복지수준은 한국이 종전보다 46%가량 개선돼 대만의 72%보다 뒤진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보전형이라서 경쟁력만 상실하고 복지개선은 대만에 처지는것이다. 일본은 높은 기술과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유지」를 위해 과실분배를 억제, 임금상승률이 36.2%에 그치고 있다. 대신 물가를 극도로 안정시켜 『경쟁국에 비해 낮은 임금상승으로도 복지를 개선시킨다』는 효과를 얻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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