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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도 개혁을/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교장(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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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도 개혁을/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교장(문화칼럼)

입력
199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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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에 대해서 국민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술교육 개혁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교육 개혁은 대상에서 빠진채 다른 교육개혁이 잘 이루어져 보았자 교육개혁은 절반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에 있어서 예술문화 영역은 경제사회 영역의 하위 개념일 수 없다. 그동안의 신문보도를 보면 교육개혁의 문제로 예술교육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사람들이 예술문화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들 말한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교육개혁의 핵심적 쟁점으로 예술교육도 처음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부수적으로 논할것이 아니라 개혁의 시작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도덕교육은 「말로 되는것」이라기 보다 예술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음의 순화과정에서 예술교육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것은 없다. 이때문에 제대로 된 예술교육 전문가 배출제도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필요했다. 「예술가」를 교육시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예술교육전문가」를 교육시키는 방법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개혁은 우리나라가 참으로 필요로 하는 인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구가치관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신시대에는 필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력은 진공에서 필요한것이 아니다. 언제나 특정사회의 시공간 안에서 그 필요성이 결정된다.

 사실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말한 이 사실이 참으로 옳은가 옳지 않는가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가. 동서 고금의 역사를 보면, 어떤것에 대한 가장 옳은 판단은 언제나 위대한 철학자들에 의해서 내려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은 철학자라는 생각이다. 물론 엉터리 철학자가 아닌, 참 철학자를 뜻한다.

 정치 사회 교육 문화의 문제를 다룰 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이론에 영원불멸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가.

 철학자만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물론 아니다. 우리는 참 철학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참 과학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사변적 철학의 세계 안에서도 살지만 실제로는 「사실세계」 안에서 살 때가 더 많다. 이때문에 사실 세계가 작동되어가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예견 없이는 삶이 온전할 수 없다. 모든 영역에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악분야에서도 음악과학자의 약칭인 음악학자라는 어휘가 있다.

 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퍽 막연한 말 같지만 「가장 사람다운 사람」의 자격을 갖춘 인력이다. 철학자나 과학자가 사람으로서 실패하고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가 부정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사람다운 사람」이 적기 때문임은 말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언급된 인력이외에도 실용주의 철학자들이 내걸고 있는 「문제해결자」로서의 인력과 「사회활동가」로서의 인력이 필요한가 하면, 행동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는 「조건 관련 행동가」 역시 신시대에 필요로 하는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우리시대는 철학자·과학자·사람다운 사람·문제해결자·사회활동가·조건관련 행동가, 이렇게 여섯 부류의 인력이 필요한것같다는 것이다. 경제관련 인력은 문제해결자에 속하기도 하고 사회활동가에 속하기도 하며, 경제철학자로서의 역할도 있을 수 있다.

 예술교육이 배출해내려고 하는 인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적 가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예술철학자, 예술관련 현실세계의 작동방식을 정확히 관찰·해석할 수 있는 예술과학자, 가장 예술가다운 예술가, 예술세계 안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훌륭히 해결해내는 예술문제해결자, 국제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적합한 대안을 낼 수 있는 예술관련 사회활동가, 주어진 조건 안에서 훌륭한 자기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예술행동가, 이렇게 여섯 부류의 예술관련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여섯부류 안에는 통념적으로 말하고 있는 창작가나 예술이론가들이 포함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위에서 논의된 내용의 옳고 그릇됨은 필자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것은 예술교육 개혁이 교육개혁의 시작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서는 교육개혁 그 자체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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