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법적 보호확대에 역점”/기소전 보석… 불구속재판 원칙강화/부판사제 도입·법원예산권 “획기적”/정부수립후 첫손질… “개혁안 곧 실현되리라 확신”□대담=장명수 편집위원
지난해 11월10일 발족했던 사법제도 발전위원회는 지난 16일 24개 개혁안을 대법원에 건의하고, 석달에 걸친 작업을 끝냈다. 사법제도 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개혁안은 정부수립후 처음으로 사법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뜻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현승종전총리를 만나본다.
―이번에 사법위가 건의한 개혁안중 재판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것은 무엇입니까.
▲첫째 재판받기가 편리해질 것입니다. 점차적으로 군단위까지 간이 상설법원이 설치되고, 행정소송의 1심을 지방법원이 관할하게되고, 고등법원 지부가 설치되면 주민들이 보다 가까운 법원에서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받을수 있게 될것입니다. 둘째 불구속 재판원칙이 강화됐다는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의 도입으로 판사가 영장 발부전에 피의자를 심문할수 있게 됐으므로 피의자는 판사앞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기회를 가질수 있습니다. 기소전 보석제도는 일단 구속된후에라도 보석을 신청하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수 있게하고 있습니다. 셋째 판사임용자격이 강화되어 경력이 많은 판사가 재판을 담당하게 되므로 재판의 공정성을 보다 높일수 있을것입니다. 부판사제도가 도입되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판사지망생들은 7년간 부판사 훈련을 거쳐 정식판사로 선발되는데, 그렇게되면 「새파랗게 젊은 판사」가 재판을 한다는 불신이 사라질것입니다. 앞으로 판사직은 7년이상 변호사나 검사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개방되므로 보다 다양한 법조경험이 활용될수 있을것입니다.
―내년은 정부수립 47년, 근대사법사 1백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사법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사법위가 그 긴세월동안 축적된 문제점들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우선 국민에대한 사법적 보호의 확대와 인권수호, 사법부의 독립강화와 신뢰회복, 법률문화의 발전등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이에 장애가 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보았습니다. 불구속재판 원칙을 세운것, 부판사제도를 도입하여 판사임용자격을 격상한것, 상고 심사제도의 도입으로 대법원이 업무과중에서 벗어나 본래의 업무에 충실할수 있도록 한것, 사법부의 예산요구권과 법률안 제출권을 제안한것등은 획기적인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오랜세월 축적돼온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충분히 검토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위가 그 방대한 작업을 석달동안에 처리했다는것은 결국 대법원이 마련한 개혁안을 추인하는 정도가 아니었느냐는 의심도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사법제도 개혁에 관해서는 그동안 법원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법원은 이미 수년전부터 자체연구와 법조 각 직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혁안을 준비해왔고, 사법정책자료등 방대한 자료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장단점들이 충분히 검토돼 있어서 이제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법위는 대법원이 부의한 26개 안건과 위원들이 발의한 3개안건을 검토하여 이중 24개 안건을 확정했는데, 기소전 보석제도와 대법원장및 대법관의 임명방식 검토제안등은 위원들이 발의한것입니다. 법원이 부의했던 법원경찰대 신설, 지역별법관 임용제도등 4건은 폐기시켰고, 상고심사제도등 몇건은 상당한 수정을 거쳤습니다. 대법원이 검토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려고 한적이 없습니다. 시간을 좀 촉박하게 잡았던것은 사법제도발전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공감대가 사라지기 전에 개혁을 서두르는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때문이었습니다.
―불구속재판 원칙 강화에는 모두 찬성하고 있으나,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구속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어 소외계층의 불만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우려가 몇몇 신문에 나온것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영장 실질심사제는 영장청구 내용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경우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심문할수 있게 한것이므로 돈이나 권력과는 무관한것입니다. 보석제도는 석방의 조건으로 보석금을 받게되니 그런 의심이 나올수 있겠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증권으로 대납하는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몇만원정도의 돈과 보증인만 세우면 해결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법위의 개혁안은 헌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범위내로 제한됐는데, 이렇게 한계를 미리 정하여 사법부 독립을 위한 실질적인 부분이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헌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일단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고, 우선 실현가능한 개혁안을 만들어서 빨리 시행하도록 하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계를 정했으나, 개헌이 필요한 사항도 이번 제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는 사법의 독립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것을 한 위원이 발의하여 정식안건으로 검토했습니다. 법관추천회의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거나, 국회 청문회 절차를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이것은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대법원이 좀더 심도있는 연구검토를 하도록 권유하는 선에서 매듭지었습니다.
―상고 심사제, 행정소송의 심급구조 개편등에 대해서는 변협등의 이의제기가 있었는데 그들의 의견이 충분히 검토되었습니까.
▲변협, 특허청, 세무사회, 과학기술계등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그들의 의견은 위원회의 토의가 내실을 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못했으나, 무엇이 과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인가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봅니다.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법조인 집단이 과연 직업적·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혁의 완수란 결국 사람이 하는것인데, 이번에 그런 문제도 다루셨습니까.
▲법조인들에대한 그같은 비판은 일리가 있으며,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 원인은 법학교육, 법조인의 선발과 양성, 사법제도등과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사법연구원이 설치되면 법과대학의 교육제도, 사법시험제도, 사법연수제도등과 연결시켜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삼도록 건의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개혁안이 나와도 사법부 자신의 개혁의지가 없으면 개혁이 이루어질수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에서 초임판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개혁하여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의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가 건의한 개혁안이 빠른 시일내에 1백퍼센트 실현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교육계에서 일하시다가 92년 「중립선거 관리내각」의 총리직을 맡으셨고, 그후 나라의 원로로서 여러 역할을 맡아오셨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인터뷰는 사법위이야기만 하기로 했는데…. 그저 일반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민주화됐다고 해서 각자가 너무 이기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을 고치지 않고는 국가가 앞으로 나갈수 없다고 봅니다. 정치·경제·문화등 모든 부문에서 각자가 자기이익만 보지말고, 남이 살아야 자기도 산다는 당연한 진리를 생각해야지요.
―그런 이기적인 주장들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누가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역시 정치인들이 해야겠지요.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것은 창업과 수성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수성의 단계에서는 창업과 다른 자세, 다른 철학이 필요하지요.
□약력
▲1919년 평남 개천군에서 출생
▲평양고보·경성제대 법학부졸업
▲고대교수·성균관대총장·한림대총장
▲한국교총회장
▲국무총리
▲한림대 한림과학원원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건국대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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