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바탕 비리에 가차없는 “메스”/“청사진 제시없이 1인 독주” 비판도 김영삼정부가 25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김대통령이 지난 1년간 강행해온 변화와 개혁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김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이룬 통치술의 요체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솔선수범이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란 바로 그 자신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가 취임후 취한 첫 조치는 다름아닌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않겠다』는 것과 재산공개였다. 청와대사람들은 김대통령이 단행한 부정부패척결과 권위주의타파를 위한 인적 제도적 청산등 일련의 개혁조치가 모두 여기서 출발했으며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김대통령의 충격요법식 개혁은 「청사진 제시가 없이 즉흥적이다」는 비판에서부터 「대통령 1인 독주」 「인치」 「신권위주의」 「표적사정」등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킨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혁명적 상황을 방불케 하는 개혁조치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솔선수범을 통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민정부에 대한 이러한 비판들이 일리가 있다 해도 구조적 비리의 연결고리들을 가차없이 끊어버리는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는 바탕을 이루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두고 『마치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일하는 것 같다』고 평한 적이 있다. 칼국수로 식사를 하고 골프를 금하는등의 청교도적 자기관리는 물론이고 일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큰 일, 작은 일 할 것없이 모조리 챙기고 쉴새없이 지시를 내리는 형이다. 본인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이처럼 정력적으로 일하니 주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서운함을 느낄 때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야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1백% 지지를 보내지 않고 언론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가』하는 것이다. 하물며 내각이나 당, 청와대 참모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내각과 당에 힘을 준다고 하면서도 앞에서 먼저 뛰어가는 형국이니 이들이 권한과 책임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도덕정치는 권위주의 통치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마찬가지이다. 또 그의 일방독주식 개혁드라이브는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무기력이라는 반대급부를 가져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통치술중 또 하나는 정도를 행하면 거칠게 없다는 자신감이다. 그의 정치적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여론을 등에 업은 정면돌파」이다.
김대통령이 여러가지 체널을 동원해 민심동향을 파악한다는 것은 이미 잘알려진 일이다.
해당기관이나 부서는 물론이고 오랜 지기에서부터 알지 못하는 시골 면서기에 이르기까지 전화를 걸어 민심을 체크한다.
하나회를 제거한 군인사등에서 본 것처럼 그의 개혁시책이 냉혹하리 만큼 과단성있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반대로 쌀시장개방이나 수도물파동 때 대국민사과라는 정면돌파를 택한 것 역시 민심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과거비리에 대해 가차없는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썩었더라』며 『30년 정권의 잘못된 것만 다 물려 받았다』고 말했었다. 변화와 개혁이 집권기간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권초기 1년동안이야 앞에서 끌고 뒤에서 채찍을 가하는 「단기필마」식 개혁주도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은 『대통령이 야당시절 감의 정치에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은 언제나 오랜 숙고와 치밀한 전략아래 내린 결단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곤 했다』며 『대통령은 임기중 플랜과 전략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 말이 아니라 해도 여론을 휘몰아가는 「분위기의 정치」에는 한계가 있고 이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어야 한다는 건설적 비판도 많다. 마냥 신바람나는 정치가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고 이제 국정이 법과 제도개혁의 틀위에서 평상적으로 운영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스스로도 김대통령 취임 1년을 평가하는 자료에서 『국정총론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비해 각론을 비판하는 여론주도층의 지적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굳이 수치를 들먹일 것 없이 김대통령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난 1년 평가는 일단 긍정적인 면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변화했는데도 국민들이 처음과 달리 이제는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핵심 측근의 1년결산이 앞으로의 숙제를 말해준다 할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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