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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경쟁적 “탈출 한국”(「고임금」 벽을 깨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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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경쟁적 “탈출 한국”(「고임금」 벽을 깨자:6)

입력
199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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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무리”… 최근 6년 2천여업체나 「고임금」은 국내 기업을 나라밖으로 마구 내모는 채찍이 되고 있다.

 88년이후 지난해까지 6년동안 무려 2천2백여개 국내업체가 한국을 떠나 해외로 공장을 옮겼다. 같은 기간중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던 외국업체들도 2백여개 이상이 공장문을 닫고 설비를 뜯어 중국이나 동남아등지로 철수했다.

 국내업체나 외국업체를 가릴것 없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기업 수가 매년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것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한국탈출」러시는 무엇때문일까.

 무역협회가 해외진출중인 한국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해외투자의 직접적 동기에 대해 「저임금 활용」이라는 응답이 3분의1이상을 차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현지시장 개척」 「우회수출」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업체들의 반응도 이와 거의 비슷하다. 재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가운데 44%가 한국에서의 가장 큰 투자애로요인으로 「높은 임금」을 꼽았다. 철수하는 외국업체들은 「한국보다 유리한 투자지역 출현」(35%)과 「인건비 상승」(20%)을 직접적인 철수이유로 내세웠다. 

 반면 해외에 나가있는 국내업체들은 동남아·유럽등 지역에 관계없이 대부분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그룹 계열사의 국내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지난해 월평균 59만9천원을 받았다. 반면 같은 회사의 인도네시아 랑겐공장 근로자임금은 고작 10분의1수준인 75달러(6만원내외)였다. 

 D전자 영국VCR공장의 생산직근로자 임금은 입사 26주가 지나면 월 8백89달러로 누구나 똑같다. 국내 근로자의 초임(8백63달러)보다는 다소 많다. 하지만 영국근로자들은 보너스·퇴직금이 없는데다 회사가 통근차량이나 점심제공등 급여성 복지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국내 근로자는 입사후 5년차가 되면 연공임금체계에 따라 월급이 1천31달러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런 형편이니 어느 기업인들 해외탈출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90년 우리나라 제조업근로자의 명목임금은 1년전보다 무려 20.2%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13.5%) 싱가포르(10.9%)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은 인상률이다. 하지만 두자리수에 육박하는 고물가를 제하고 나니 실질임금은 고작 10.7% 올랐을 뿐이다. 물가안정을 구가하는 대만과 싱가포르는 그 해의 실질임금이 한국과 거의 비슷한 9.0%, 7.2%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최후수단인 파업까지 감행하며 피땀흘리며 높은 인상률을 쟁취했지만, 그 고임금은 돌아서면 곧장 고물가에 갉아먹히는 「속빈 강정」일 뿐이었다.

 고임금상황을 맞아 기업은 당연히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는다. 국내 제조업의 상용근로자수는 89년을 정점으로 5년째 연속 감소추세를 보여 당시보다 30만명이상 줄어들었다.  해외탈출의 대열에 끼지 못한 기업들도 자동화·생력화투자를 통해 근로자채용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는 증거다.

 남은 선택은 명백하다. 헛배만 부른 「고임금」에 매달려 고물가― 고임금의 악순환, 기업탈출― 고용감소― 경쟁력 파탄의 수렁에 더이상 허우적거릴 수 없다. 임금이 우리의 수10분의 1밖에 안되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오고 있다.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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