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명환씨 피살당일 「추적조사」중… 본사특별취재반 동행기/“비리 결정적인 증거확보” 확언/검경도 꺼려… 직접나서다 당해/피해자증언 청취후 취재진과 「마지막 귀가」 18일 밤 피살된 탁명환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57)은 피살 3일전부터 한국일보 특별취재반과 함께 부천에 있는 영생교 승리제단(교주 조희성·구속중)의 비리를 추적해왔다.
특별취재반이 탁씨와 동행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6일. 취재진이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연구소를 찾았을 때 탁씨는 『이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있었다. 탁씨는 취재반에게 『검찰에서 그동안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전 영생교에서 탈출한 신도로부터 「부천에서 시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영생교 기도원인 은혜원에 그동안 실종된 신도의 시체가 암매장 돼있다」는 제보를 받았던것이다. 비슷한 제보는 전에도 있어 검찰에 여러 차례 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굴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이 승리제단 조총재를 구속하면서 전국에서 승리제단 비리를 고발하는 제보전화가 잇따라 이를 추적하던 취재반은 탁씨와 함께 추적키로 했다. 16일과 17일 탁씨는 전국에 흩어져 살고있는 실종자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체발굴작업을 가족들이 직접 해볼것을 제안했다.
18일 상오 드디어 발굴작업을 위한 약속이 정해졌다. 전국의 가족들이 모두 모일수 있는 일요일인 20일 하오 1시에 부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과거 은혜원이나 영생교 승리제단 본부를 수사하러간 경찰관과 취재하는 방송기자들이 신도들에게 심하게 폭행당한 사실이 있기때문에 그는 이번 발굴작업도 상당한 저항을 받을것을 우려했다.
취재진은 취재차량으로 세를 과시하면 별일 없을것이라고 말했지만 탁씨는 『경찰관도 끌려들어가 두들겨 맞는 판에 취재차량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어쨌든 현장에서 신도들과 충돌이 일어날 것같으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키로 잠정결정을 내리고 일단 일요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날 하오 탁씨는 민주당 법사위원회 강수림의원과 선약이 있었다. 영생교 피해자들의 진정을 접수한 민주당 인권위원회에서 86년 영생교 교단내에서 피살된 한 여신도의 가족을 만나 피해사실 증언을 듣기로 돼있었다. 취재진에게 탁씨는 기자신분을 감추는 조건으로 동행하도록 했다. 하오 3시 강의원이 급한 일이 생겨 보좌관 두명이 대신 나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하오 5시 안양 문예회관 앞. 겁에 잔뜩 질린 피해자 어머니와 외삼촌이 나타났다. 탁씨는 녹음기를 틀어놓고 민주당 인권위원들에게 정확한 증언을 하도록 설득했지만 겁에 질린 가족들은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나타난 또다른 피해자가 『함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해보자』고 거들자 가족들은 더듬더듬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심적 안정을 찾겠다며 교회를 찾아간 딸이 시체가 돼 병원으로 실려간 과정, 경찰 수사에서 어머니가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 구타당한 사실, 합의를 강요하며 협박하던 영생교 관계자들, 정확한 수사를 요구하자 윽박지르던 경찰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맺힌 한을 풀지못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당시를 회상하는 동안 탁씨는 중간중간 메모하며 사건을 정리했다.
탁씨는 이 자리에서도 불안에 떠는 가족들에게 『이번에는 저쪽(영생교)을 꼼짝못하게 만들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확언했다.
민주당 인권위원들의 증언청취가 끝난 하오 8시. 탁씨는 민주당의 성의있는 조사를 다시 한번 부탁하고 차남 지원씨(25)가 운전하는 에스페로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에스페로승용차는 하오 9시께 서초인터체인지 부근에서 탁씨의 친구가 경영하는 커피전문점에 잠시 멈춰섰다. 커피를 마신 뒤 올림픽대로와 동부고속화도로를 타고 월계동 삼호아파트 앞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 5분.
탁씨는 『커피나 한잔 하고 가겠느냐』고 물었다. 취재진은 『피곤하실테니 어서 들어가 쉬라』고 사양한 뒤 돌아섰다.
20분쯤 뒤 회사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무선호출기가 울렸다. 『아버지가 칼에 찔렸다』는 지원씨의 울음섞인 소리에 취재진은 그대로 차를 돌려 상계백병원으로 달렸다.
◇특별취재반
황상진 김삼우 황유석 김준형 권혁범 염영남(이상 사회부)이재렬 원일희 이종수 김범수기자(이상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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