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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평범은 싫다” 나만의 멋 추구(신세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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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평범은 싫다” 나만의 멋 추구(신세대:6)

입력
199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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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연출 남의눈 의식안해/유행에는 무신경…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변신 신세대의 패션은 자기과시가 아닌 자기만족이다. 남들이 자신의 모습을 평가하는것을 바라는것이 아니고 「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주위에 혐오감을 준다거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은 쓸데없고 피곤한것이다. 가격표를 떼지 않은 재킷을 입고나서며 『이것도 예술』(MBC인간시대·서태지)이라고 주위의 조언을 일축하는 그들의 모습은 걱정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당당하다.

 대중문화속에서 패션은 무대나 분장·조명으로 과장된 점도 없지 않지만 분명히 그 속에 있는 신세대들은 자기만족의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연출자 밑에서 공동작업을 벌이는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는 그들의 욕심이 많이 제한돼 있는 반면 단발적으로 비치는 대중음악에 있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하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출연자와 프로그램 책임자들간의 차림새에 대한 갈등은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패션의 당돌함과 이를 굽히지 않으려는 본인들의 당당함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삼손과 같은 긴머리 때문에 방송사로부터 헤어스타일의 수정요구를 받았던 록가수 김종서는 미련없이 『출연하지 않겠다』며 떠나 연출자들을 오히려 당황하게 했다. 

 흑인 랩가수처럼 머리를 꼬고 얼굴을 검게 그을린채 방송출연을 시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도 방송국측과 한동안의 실랑이를 벌인 끝에 다소(?) 입장을 양보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후부터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는것으로 응수하면서 자신들의 외모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분명히 했다.

 캐주얼의류의 광고문안처럼 『난 내가 만들어간다』(뱅뱅) 그러니 「다른 사람의 간섭은 거절한다」는 얘기다.

 신세대 패션의 또다른 특징은 개성을 수시로 바꾸는 융통성과 유행을 거부하는 다양성이다. 

 청바지와 티셔츠에서부터 쌀자루를 뒤집어 씌운 것 같은 「가마니 패션」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경향은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카멜레온처럼 능수능란하게 바꾼다. 

 한철의 유행에 유니폼을 맞춰 입는것처럼 우루루 몰려다녔던 구세대의 감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어른들이 「용기있다」 「유별나다」는 비아냥으로 평가하는 신세대들의 이러한 패션기호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손쉽게 흡수하는 열려진 마음에서 비롯된다.

 「어색하지만 그냥 괜찮아 보이는 것 같은거야/처음 입어본 짧은 치마에/짙게 칠해본 빨간 립스틱/갈색머리에 짙은 화장이/마치 내가 아닌 것 같아/하지만 변해가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유리잔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름다워」신효범의 노래 「자기연출」은 바꿔본 자신의 모습에 쉽게 적응해가는 신세대의 열려있는 패션감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옷을 입고 멋을 내기 위해 살아가는 세대」라는 기우를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도 분명 옷차림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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