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국회제도개선을 외치면서 첫 손에 꼽는 문제가 있다. 바로 대정부질문제도의 개선이다. 민자당은 그 이유를 주로 야당측에서 찾는다. 『우리는 잘 하고있는데 야당이 문제』라는 식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9일 있은 민자당의원들의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살펴보자.
첫번째 등단한 현경대의원. 법률가출신답게 정부 개혁정책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시원스럽게 질타해 나가던 그는 우루과이라운드(UR)문제에 이르러 돌연 지역구인 제주도의 감귤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의 지역구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질의 후반부에 환태평양권역체제문제에 이르러서는 『제주도는 국제화를 향한 우리의 전진기지가 될수 밖에 없다』 『지정학적 위치만을 놓고 보더라도 세계를 향한 우리의 관문은 제주도일 수 밖에 없다』는등의 주장을 개진했다. UR와 제주도 개발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당정회의와 국회대정부질문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세번째로 나온 이영창의원은 현의원보다 한 술 더떴다. 그는 30여분의 질의시간중 거의 절반을 경찰문제로 메웠다. 실제로 치안국장출신인 그는 지역구의원이 아니라 마치 경찰대표로 선발된 전국구의원처럼 질의했다.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행정부의 경찰을 이의원은 아예 동지라고 불렀다. 『모든 국민은 우리 경찰이 갈구하는 믿음과 사랑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경찰관 동지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거듭 나야할것을 선배치안동지의 한사람으로서 거듭거듭 당부드립니다』이것이 이날 이의원 질의의 결론이었다.
이어 다섯번째로 질문한 박근호의원은 대정부질문인지, 학술세미나의 토론자료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현란한 이론들이 총동원된 질의를 해 듣는 이들을당혹스럽게 했다. 박의원이 질문내용에 인용한 학자와 문인등 해외인사는 무려 12명. 앨빈 토플러, 존 네이스빗, 리그스, 로버트 라이시, 쿨트 레윈, 스토자 노빅등이 망라됐다.
세 의원의 질의를 보고 『역시 자기 눈의 대들보를 보기는 어려운 모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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