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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소리적고 내실있게”/이시윤 감사원장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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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소리적고 내실있게”/이시윤 감사원장에 듣는다

입력
199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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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 등 후진국형 비리 발본/모범공무원 발굴·포상도 큰업무/고속철도 감사 외압·피감기관 반발설 무근□인터뷰=최규식 정치부차장

 이시윤감사원장이 지난해 12월17일 감사원장에 취임했을때 관가등에서는「소신」과「대쪽」으로 감사원을 명실상부한 사정의 중추기관으로 격상시킨 전임자(현 이회창총리)와 비교하는 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원장은 취임 2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감사원을 맡기전 법관으로서「판결」로만 말해온 이원장은 이제는 판결이 아닌 엄정한「감사」로써 그의 소신을 밝히는데 성공하고 있다. 취임후 두달동안 업무파악에 이어 새로운 감사계획 수립을 마친 이원장은 올해의 감사목표를 부실공사근절, 최소비용·최대효과에 입각한 국가예산의 운용, 모범적인 공무원의 적극발굴등 3가지로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보다 소리는 적고 내용과 결실은 훨씬 알찰 것』이라고 약속하는 이원장을 만나 포부와 계획을 들어보았다.

 ―취임 2개월이 막 지났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업무파악에 애를 썼습니다. 기왕에 감사원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맡았으니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능력이 부치더라도 공직에의 마지막 봉사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올해의 감사원 운영계획은.

 『93년이 성역없는 감사로 초권력형 비리를 척결한 해였다면 올해는 선진국 진입에 장애가 되는 고질적인 후진국형 비리를 척결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아마 소리는 덜나겠지만 내실은 더욱 다지는 해가 될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부문에 중점을 둘 예정인지요.

 『우선은 부실공사를 임기중에 뿌리뽑는다는 각오아래 올해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부실공사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폐습으로 전형적인 한국적 망국병입니다. 강원도 평창군에선 일제때 지은 다리가 홍수에도 끄떡이 없었는데 우리가 만든 다리는 없어졌습니다. 이런 행태야말로 한국적 적당주의의 병폐입니다. 부실공사는 고질화 만성화된 비리라서 일과성의 구호로 해결될 수 없으므로 중장기계획을 세워 철저히 대처할 것입니다』

 ―또다른 중점계획이 있는지요.

 『국가예산의 구조적 낭비요인을 제거하는데 감사의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국가예산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거두는 경제원칙에 입각해 운용 해야합니다. 국민의 혈세로 저질의 물건을 최고가에 구입하고 불요불급한 곳에 사용하거나 불필요한 인원을 채용하고 기구를 설치하는등 낭비를 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이런 방만한 예산운용에 어김없이 감사의 칼을 들이댈 것입니다.항간에 현 공직자정원의 3분의2만 있어도 정부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불필요한 공직자도 많습니다. 공직자가 쓸데없이 많으면 과도한 규제가 생기고 그것이 권력남용과 부패의 고리가 되는 것이죠. 일부에서 공직자가 많은 것을 실업자구제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는데 가장 졸렬하고 비과학적인 실업자대책입니다』

 ―감사결과 행정기구나 인력의 축소필요성이 나타나면 과감히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인가요.

 『기구와 인원의 축소는 행정부의 고유권한입니다. 그러나 축소 필요성을 입증할만한 자료가 나오면 이를 대통령에게 제출해 적극 건의할 생각입니다. 결단은 대통령의 일 아닙니까. 이밖에 감사를 통해 모범적인 공무원을 적극 발굴해 이들을 포상,감사가 일하는 공직자에겐 기다려질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영종도 신공항건설사업등 대형국책사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신공항건설은 엄청난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대형국책사업이므로 당연히 살펴보아야죠. 공항건설이라는 정책자체는 행정부의 소관이지만 신공항건설사업의 집행과정에서 예산낭비요인이 없는지 철저히 감사할 것입니다.』

 ―장령자씨 사기사건 수사결과 금융기관의 실명제 이행여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었는데요.

 『은행감독원이 현재 감사중입니다.은감원이 우리의 감사대상기관인만큼 자체감사가 끝나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차후에 점검할 것입니다』

 ―논란을 빚어온 공무원의 영장없는 예금계좌추적등을 포함한 감사원법 개정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한번도 법을 개정하지않아 법개정의 필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개정안이 총무처에 보류중인데 공무원에 대한 영장없는 예금계좌추적권을 놓고 부처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만큼 선진국의 자료수집, 공청회,타부처와의 협의등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해 경부고속철도사업감사등과 관련해 감사원이 외압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간섭을 받았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 소리예요. 이건 제 양심에 입각해 솔직히 말하는 것입니다.감사원이 대통령의 직속기구인 이상 중요 감사결과를 수시로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직무상으론 엄연히 독립된 헌법기관 입니다』

 ―감사결과에 따른 감사원의 통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않는 기관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피감기관의 자율성을 높여주기위해 감사원이 직접 공직자를 징계하지않고 피감기관의 장이 자율적으로 징계토록하는 징계처리통보제를 6개월동안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결과 실제 징계대상자중에서 18%만이 징계처분을 받았는데 감사결과에 대한 반발보다 징계라는 악역을 하기싫은 탓으로 보입니다.이것외에는 피감기관이 감사결과에 공식적으로 반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재심청구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는데 언론에 호소하는 식의 문제제기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감사원조직 정비등에 대한 계획은.

 『70년초 감사원정원이 6백7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7백70명정도입니다. 20여년동안 고작 1백명정도 늘어났습니다. 그사이 정부공무원은 40만명에서 90만명으로 배이상 증가하고 피감기관도 2만6천개에서 5만8천개나 됐습니다.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을 절감하지만 작은 정부를 구현하는 마당에 증원은 언감생심 이에요. 대안은 인력의 소수정예화입니다. 재정학·예산회계학·첨단과학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타기관의 우수인력을 파견받아 보강할 생각입니다. 각계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도 계획중입니다』

 ―지난해 감사원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 주시죠.

 『제가 감사원에 없을 때의 일이라 정확히 말하긴 힘드나 지난해 최대성과는역시 군 청와대등에 대한 성역없는 감사일 겁니다.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이라는 두개의 감사영역중 후자에 치중했는데 고급공무원을 주대상으로한 사정위주가 되다보니 복지불동이니 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하위공무원은 별로 변한게 없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영삼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는지요.

 『감사원장이 되기전까지 대통령과 개인적으론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점심땐 칼국수, 저녁땐 추어탕을 드시는 걸 보면서 철저한 공인의식을 가진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원장으로서 대통령의 이런 절약정신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정리=이동국기자】

◇약력

 ▲서울 1935년생 ▲서울법대졸 고시10회 ▲법학박사 서울법대교수 ▲서울고법판사 ▲사법연수원교수 ▲광주·서울고법부장판사 ▲중앙노동위 공익위원 ▲춘천·수원지법원장 ▲헌법재판소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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