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사찰수락을통보했던 지난15일 하오 유엔본부에서 미·북한실무대표간에 접촉이 있었다. 양국대표간에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회의장밖에는 유엔출입기자들과 미·북한관계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중 얼굴이 익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외교관이 보도진석 주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뛰었다. 그에게 이야기를 걸어보고 싶어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북한외교관중에도 매너가 매끄러운 신사풍의 사람도 있고 무뚝뚝한 사람도 있다. 이날 만난 북한외교관은 후자에 속했다. 정치문제를 놓고 한참동안 동문서답식 얘기를 하다가 북한날씨이야기가 나올땐 그의 말투는 오히려 구수해 보였다.
핵문제로 서로 원치않는 입씨름을 벌이다 화제를 두만강개발계획으로 돌렸다.
그 외교관은 청진항개방제의와 경제특구의 성격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에게 『북한은 두만강개발을 통해 어떤 이득을 보게 됩니까』라고 묻자 『툭하면 이득 이득하는데 남측은 어떤 이득이 있는 거요. 당신네들은 참여한다고 하면서 실은 북이 언제 망하느냐만 생각하지 실제로는 관심이 없어』라고 거칠게 대꾸했다.
『한국기업들이야 두만강지역에 공장을 짓고 한국보다 저렴한 노동력을 중국과 북한쪽에서 고용해 생산하고 수출, 이득을 보고 싶어하는것이 아니겠소』라고 말을 잇자 이말이 북한외교관을 격발시키고 말았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야, 기자새끼들아. 눈만 뜨면 노동력이 비싸다고 떠드는데 남조선이 언제부터 잘 살게 됐다고 노동력 노동력하는거야. 돈을 받으면 미국사람보다 더 받는거야』라고 발끈해 서로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이 불쾌한 해프닝으로 한국기자들은 쓴 웃음을 지어야했다. 『언제부터 잘 살았다고』하는 고함이 바로 북한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실제로 우리에게도 반성을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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