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합의서」2주년의 교훈(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합의서」2주년의 교훈(사설)

입력
1994.02.19 00:00
0 0

 정부가 재개될 남북대화와 관련, 특사교환을 미국·북한간의 회담전제조건으로 못박는 한편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핵사찰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특사교환이 실현될 경우 팀스피리트훈련을 조건부로 중단키로 한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대화의 전제가 「특사교환」이라고만 한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으로서는 오직 대미접근을 위해 마지못해 응할 대화인데 이견속에 진전없이 그저 특사만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 괜찮다는 얘기 아닌가. 분단이래 북한의 위약 변덕 태도바꾸기 억지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지만 국민들은 그중에서도 두 차례나 큰 기대를 걸었다가 기만당했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1971년 7·4공동성명과 1992년 2월19일의 남북기본합의서가 그것이다. 김일성주석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골간으로 한 7·4성명이 통일로 가는 열쇠라고 했고 기본합의서는 7·4성명을 계승한 역사적 이정표라고 했으나 이를 사문화시키고 있다.

 바로 2년전 오늘 양측이 합의서를 교환, 발효된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은 매우 뜻깊은 문서였다. 4장25조로 된 기본합의서는 화해·불가침·교류협력을 기술했고, 비핵화선언에는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보유 배비 사용은 물론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으며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키로 규정했었다. 그후 남북은 이를 실천할 군사 경제 사회문화 및 핵통제공동위등을 구성하고 부속합의서도 교환했지만 92년 가을이후 북한은 대화를 중단시켰던것이다.

 어렵게 재개되는 대화를 앞두고 정부는 북한이 편의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민족을 배신하고 파약한다는 체험과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런데도 다시 북과 대좌할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안이하고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또 자못 혼선의 인상을 주고 있음은 유감스럽기만 하다. 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그저 특사교환이라고만 내세운것도 그렇고, 방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이 『핵사찰결과 북한이 핵물질을 핵무기제조에 전용했음이 드러나도 과거행적을 문제삼아 무조건 제재하는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한 대목이 그것이다. 전용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았고 만들 필요도 없었다』고 한 말이 거짓일 뿐더러 한반도 안정을 저해하는 중대한 일이므로 마땅히 따져야할 문제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에 다음 내용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특사교환을 통해 「선상호사찰합의」 「후통일방안·정상회담개최·교류협력논의」등 실질대화가 이뤄져야만 팀스피리트 훈련중단과 함께 3단계회담도 가능하다는것을 인식시켜야 할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