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 경지등 불교철학 영상화에 성공 제4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경쟁부문)에 올라 17일(현지시간) 첫공개시사회를 가진 한국영화 「화엄경」(장선우감독)이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난해하지만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화엄경」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의 득도과정을 그린 불교영화「리틀 부다」와 주제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서구언론과 평론가들은 「리틀 부다」가 동양철학을 표피적으로 이해한 지루한 작품이라고 한 반면 「화엄경」은 불교철학의 영상화뿐 아니라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읽을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피터 마르첼씨는 『영상이 청회색으로 어둡고 내용이 난해해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작품중 눈먼 여인의 일화등은 해탈의 심오한 경지를 엿볼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장선우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화엄경의 주제는 중용사상』이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청회색의 영상을 추구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지난9일 개막돼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영화제는 15개국에서 22개의 작품이 경쟁부문에 진출, 본상 5개부문과 특별상 3개부문등 8개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가트협상에서 영상·음반부문을 제외당함으로써 유럽시장진출에 제동이 걸린 미국의 메이저영화사들이 경쟁부문 2편(필라델피아, 겁없는 사람들)을 비롯해 모두 5편의 영화를 출품했는데 15편에 달하는 유럽영화들을 제치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에이즈영화 「필라델피아」의 콜럼비아사는 영화제 초반에 70만달러(약5천6백만원)를 홍보비로 뿌렸다는 소문이고 주인공인 톰 행크스는 15일 베를린에 도착, 이틀간 1백여명의 기자들을 호텔방으로 불러들여 차례로 인터뷰를 가지는등 영화홍보를 한후 17일 돌아갔다.
한편 현지언론들은 이번 영화제 본선에 오른 작품들이 지나치게 작품성을 의식, 오락성이 결여돼 있으며 대부분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어 지루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화제집행위원회의 시각이 보수적이어서 젊고 진취적인 작품들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치열해 영화제 집행부에서는 이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심사위원들은 집행부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참가국 대표들과 서슴없이 어울려 집행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베를린=김경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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