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법,회기내처리-합의중시 강조점 큰차/핵이후 대북관계 신중-정상회담촉구 갈려 김종필민자·이기택민주당대표의 「94년 정국」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크게 달랐다. 17, 18일 양일간 있은 두 정당대표의 연설은 모두 올해가 「21세기의 한국」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해라고 공감하면서도 이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격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두 대표는 똑같이 정치개혁, 물가안정, UR문제, 행정구역개편, 북한핵문제등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있어서는 상당한 견해차이를 보여 올해 정국이 순탄치 않을것임을 예고했다.
총론적으로 보아 김대표는 김영삼대통령의 개혁1년을 「국제화와 세계화를 위한 토양」이라고 평가하면서 여당은 앞으로도 이를 조용히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가급적 현실정치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정치권이 해결해야할 숙제를 지적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비해 이대표는 『과거청산과 악법개폐가 이루어지지 않는 개혁은 성공할수 없다』며 문민정부 1년을 「전시개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대표는 또다시 방북의사를 밝히는등 남북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자대표는 정치개혁을 가장 힘주어 말함으로써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김대표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면서 『다수결의 원칙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국회운영의 관행이 개혁돼야 하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입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대표도 정치개혁입법에 대해서 언급했으나 「이번 회기중」이라는 표현없이 「여야합의에 의한 처리」를 강조하는등 상대적으로 정치개혁문제에 적은 비중을 실었다.
이대표는 UR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역설했지만 김대표와 가장 큰 시각차이를 드러낸 대목이 바로 UR문제여서 UR국회비준을 둘러싼 양당의 격돌 가능성을 내다볼수 있게 했다. 이대표는 『UR는 국가간의 무한경쟁을 강요, 우리 경제를 혼돈속에 빠지게 할것』이라고 위기논을 전개하면서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요구했다. 이대표는 또 정부에 UR재협상을 거듭 촉구하면서 『재협상의 노력없는 UR는 인정할수 없다』고 명백히 했다. 그러나 김대표는 『UR는 세계의 엄연한 신질서로서 쇄국을 택하지 않는한 이를 거부할수 없다』면서 『경제활성화와 국제경쟁력강화를 통해 이를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로 삼자』고 농민에게는 이해를, 국민 전체에게는 분발을 촉구했다.
두 대표는 그러나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라며 똑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표는 『물가안정없이는 경제성장, 경제활성화가 불가능하고 노사안정도 없다』며 독과점품목의 수입개방, 공공요금조정의 최소화, 공산품의 수급및 가격안정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이대표는 『물가인상의 책임은 현정부의 신경제 1백일계획, 신경제5개년계획의 실패와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물가관리에 있다』며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선도하는 공공요금의 인상은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는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다소 해소돼가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향후대책에 대해서는 김대표는 신중론쪽에, 이대표는 적극론쪽에 무게를 실어 대조를 이루었다. 김대표는 『북한이 IAEA사찰수용으로 시간을 벌어보자는 의도가 있을것이라는 점도 배제할수 없다』며 『통일은 서두르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대표는 『남북의 정상이 조속히 만나야 한다』고 남북정상회담의 적극추진을 촉구하는 한편 『그렇지 못할 때는 야당대표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방북의사를 거듭 밝혔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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