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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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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사회학자 로널드 도아교수는 고학력풍조를 사회학적으로 규명했다. 그는 높은 학력을 취득하려는 경쟁은 산업화가 늦게 추진된 나라일수록 심하다고 주장했다. 개도국에서는 학력의 부가가치가 크기때문에 대학입학경쟁이 치열할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현상을 고학력병(DIPLOMA DISEASE)이라고 이름까지 지은 것도 도아교수다. 그에 의하면 구미선진국에서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정비되기 이전에 벌써 산업화가 이뤄졌다. 때문에 「대학졸업」학력이 생업을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는 그 반대였다. ◆산업화보다 먼저 서구의 대학제도를 도입해「배운인력」을 양산했다. 그러나「배운인력」을 모두 수용할만큼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렇게되면 대졸자가 고졸자의 일자리를 뺏게된다. 그여파로 고졸자는 대학진학으로 몰리게 되어 고학력병은 사회문제가 된다는게 「도아이론」의 골자다. ◆아시아의 다른나라에는 어떤지 모르나, 「도아의 이론」은 우리의 현실을 족집게처럼 집은것 같다. 이제 막 끝난 대학입시에서 1백41개 4년제 대학이 뽑은 입학정원은 23만6천여명에 달한다. 진학을 희망했던 수학능력시험응시자 78만4천명중 70%에 가까운 54만8천명이 탈락했다. ◆낙방자중 19만여명은 전문대학에라도 가겠지만, 그래도 남는 35만명의 좌절한 고졸자들은 어디로 갈것인가. 결국 절대다수인 20만명 이상이 재수를 할것이 뻔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하나. 대학정원을 확풀어 해결할것인가, 아니면 고졸자의 일자리를 늘려 해결할것인가. 최선은 후자일수밖에 없다. 교개위가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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