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행에 부작용이 따른다면 시행시기를 늦추어야 한다. 새로 시행된 택시요금 시간·거리 동시병산제는 아무 준비 없이 시행만 서둘러 혼란과 비난을 자초한 주먹구구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힐만하다. 과거의 택시요금 인상때엔 미터기의 간단한 수리·조작만으로 개조가 가능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일정속도 이하에서만 시간과 거리가 동시에 계산되는 이번의 새로운 요금시스템은 미터기 개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는데도 아무 준비없이 시행됐다. 첫날부터 잡음이 난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미터기 제조업체들은 동시병산제에 쓰이는 IC회로를 미국·일본등지에서 수입해 새 프로그램을 입력시키느라 야단법석이다. 그러나「공 IC」로 불리는 이 회로는 단가가 비싸고 개발용으로 소량만 생산되고 있어 미터기업체들은 아예 시속15이하 동시병산 프로그램이 입력된 회로를 대량주문, 수입할 움직임이다.
모 미터기 제조회사는 불과 두달전 작동이 쉬운 미터기를 개발, 시중에 3천대가량을 내놓았다. 한참 호평을 받는 중에 갑자기 동시병산제가 도입돼 택시회사측에서 1년간의 애프터서비스 규정을 이유로 무상수리를 요구하고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새 미터기가 생산돼도 이를 점검할 기준기와 기준기의 정밀성을 검사할 검사기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이에 따른 불편과 부작용이 파생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새 요금제도는 미터기개발과 검사기및 기준기가 완비되는 5∼6개월후에나 제대로 정착될 전망이다.
관계당국 내부에서도 일정속도 이하에서만 적용되는 새 요금체제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후문이다. 종전체계를 유지하거나, 적용속도의 제한을 없애면 아무 문제가 없을것을 긁어 부스름이 되었다는 말이다.
굳이 비싼 돈들여 IC회로를 수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택시와 승객과 미터기업자 모두에게 불편한 제도를 고집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운전사의 열악한처우, 시민 부담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교통당국의 설명을 수긍할 시민은 많지 않을것이다. 요금인상률이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택시운전사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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