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무한책임의 자녀교육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무한책임의 자녀교육관    

입력
1994.02.18 00:00
0 0

이  행  원

<논설위원>

 미국의 보통가정에서는 자녀의 「16세 생일」을 아주 뜻깊은 날로 여겨 의식에 가까운 생일파티를 해준다. 정장차림도 시키고 남녀 친구가 있으면 정식으로 초대해 부모에게 소개하도록 한다. 16세의 생일이 지나면 부모의 보증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도 받을 수 있다. 가정과 사회가 「준성인대우」를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관습은 자녀가 고교를 졸업하는 「18세」가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는 무언의 통보이며 자녀들은 「둥지를 떠날 각오」를 새롭게 한다는 전통적의미가 담긴것이라고 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는 18세의 생일이나 바로 전해인 17세의 생일이 아니고 하필이면 「16세의 생일」을 우리의 성년식처럼 해주는 정확한 유래까지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고교를 졸업한 자녀는 대학에 진학해 기숙사에 들어가든, 취업전선에 나가든,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하며 부모는 더 이상 자녀교육에 연연하지 않는다는것이 보통미국인들의 합의된 자녀 교육관인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는 모든 자녀가 집을 떠나지도 않고, 부모가 강제로 내쫓거나, 학비를 전혀 안주는것도 아니지만 18세가 넘은 자녀는 독립적인 생활로 공부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것이 미국인들의 가치관이자 가족관계의 기본이라는것을 알수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자녀교육에 관한한 부모들은 무한책임을 지는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것을 다하지 못하면 부모의 도리를 못한것이 된다. 대학은 말할것도 없고 대학원 외국유학까지도 못 보내서 한이다.

 시집·장가 보내고 아파트든 전세집이든 살집까지 마련해 줘야만 부모가 할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러한 무한책임의 현실적 표현이 바로 교육을 많이 시켜야 한다는것으로 나타내려 한다. 자녀교육이 모든 가치에 최우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입시가 온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입시전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고교졸업생의 80%이상이 대학에 가겠다고 아우성인 나라가 세계 어디를 봐도 우리밖에 없다. 아들은 부모 1백명중 96명이상이, 딸도 93명이상이 대학에 보내야겠다고 벼르는 부모들의 고학력열기가 식지 않으니 20만명이 넘는 청소년·소녀들이 재수와 삼수를 하지 않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봤자 4년제 대학은 3명중1명이 갈까말까하다. 대학입학정원이 적어서가 아니다. 너무 많이 가려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어렵게 대학에 가서 4년공부를 마쳐봤자 출세를 하는 세상도 아니다. 일자리도 잡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된 학사만도 십수만명이 되는게 현실이다.

 우리사회는 지금은 물론이고 가까운 장래에도 대학졸업자를 모두 수용할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일것같다. 이러한데도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과 사회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끝도 없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느라고 자신들의 인생을 언제까지 희생시켜야 하는것일까. 부모는 자녀교육을 「어디까지」시켜주면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만한 국민적 합의나 자녀 교육관을 우리나름대로 새롭게 정립해 볼 수는 없을까.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자. 교개위가 교육개혁과제의 하나로 공론화도 해봤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