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산실 「실리콘 밸리」 재도약/“「정보산업」 미래경쟁력 지름길”/미 “윈윈 전략” 연구개발 총력투자 국가 경쟁력 회복의 지름길을 정보의 초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구축에서 찾고 있는 미국이 첨단 정보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세계 기술혁명을 주도해온 미국이 반도체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에서 21세기를 향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해외 기동취재반은 빛의 속도로 앞서가는 미국의 컴퓨터업계를 취재한 결과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미기업들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모색해야 할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테면 일본기업처럼 미국기업의 기술개발에 처음부터 참여, 특정지역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얻거나 특허권을 공동 소유하는것이다. 이밖에도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요청된다. 미일의 첨단기술과 경쟁하기 위한 한국의 선택을 미국의 컴퓨터산업 현장르포를 통해 진단한다.【편집자 주】
실리콘 밸리를 구성하는 샌타클래라 카운티등 4개카운티와 32개시의 두뇌가 모인 비영리법인체인 「조인트 벤처―실리콘 밸리(JOINT VENTURE―SILICON VALLEY)」는 최근 「윈―윈(WIN―WIN)」전략을 세웠다. 미국방부가 냉전이후의 세계 방위전략 구상으로 채택한 「윈―윈」정책을 본 딴 이 계획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과 지역사회가 전세계와의 경쟁에서 동시에 승리하자는 장기적인 행동계획이다. 세계의 컴퓨터와 반도체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휴렛 패커드 애플컴퓨터 인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기업의 필사적인 연구개발(R&D) 노력도 올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선 뒤 가속이 붙고있는 정보의 초고속도로 정책이 80년대말 이후 불경기의 몸살을 앓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3천여 관련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한껏 북돋우고 있다.
인구 4만명의 쿠퍼티노시에는 정보 초고속도로의 첫 걸음마를 상징하는 「시티네트(CITY NET)」와 몬타비스타고등학교의 「인터네트(INTERNET)」가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시티네트설치의 제안자로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쿠퍼티노시의 시의원 월리 딘씨는 『시티네트는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된 미래 사회의 모형을 상징해 준다』며 한국도 실리콘 밸리의 기술 발전 동향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한 정보고속도로는 정부 기업 연구소 학교 가정등 미국전역을 첨단광섬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대한 사업으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개발단계에있는 인터액티브 TV(INTERACTIVE TV:대화형 텔레비전)는 정보의 고속 전송이 가능한 정보고속도로망의 구축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 퍼스컴(PC)시장의 라이벌 IBM과 애플컴퓨터가 대화형 TV의 핵심 컨버터 박스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고 실리콘 그래픽스는 타임 워너사와 제휴, 컨버터 박스는 물론 프로그램공급을 위한 ATM(비동기교환모드)방식 서버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도 제너럴 인스트루먼츠와 공동으로 컨버터 박스의 핵심인 운용체계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첨단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실리콘 밸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초일류기업들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없던 제휴를 맺고 국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시장의 높은 벽을 뚫는데 성공했다. 90년대이후 대만산 PC가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PC를 밀어내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대만도 미국의 업체에서 기술을 사거나 공동개발로 경쟁력있는 PC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산업의 보호를 들어 규제를 하려 해도 미국업계의 반발로 무산되기 일쑤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응책은 거의 전무하다. 크레딧 카드의 직접회로 칩에 소지자의 이름 혈액형 주소등을 입력시키는 「스마트 카드(SMART CARD)」기술을 개발한 프랑스기업이 한국의 기업에게 합작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것으로 알려졌다. 이 새로운 기술도 멀지않아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국제기술평가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완희박사는 『한국은 실리콘 밸리에 투자는 하지 않고 잘 팔리는 상품만 주문받아서 생산하려는 나라로 만 알려져 있다』면서 『지금이 실리콘 밸리를 한국의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한다.
실리콘 밸리도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캐피틀이 상당부분 무너진 상태여서 첨단기술 개발 능력은 갖고 있으면서도 연구자금 능력이 달리는 중소업체가 부지기수로 많아 의외로 적은 투자(한건당 20∼50만달러)로 경쟁력이 강한 기술을 구할수있다는 지적이다. 김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독자적인 기술개발 노력과 더불어 남의 기술을 사다가 자기 기술로 활용하는것도 기술 개발 능력을 축적하는 길임을 강조했다.【실리콘 밸리=이기창기자】
◇해외기동취재반
▲정숭호(경제부기자)
▲이기창(문화부기자)
▲조재용(정치부기자)
▲신상순(사진부기자)
▲진성훈(편집부기자)
▲이광일(국제부기자)
▲홍윤오(통일부기자)
▲고태성(정치부기자)
▲유승호(사회부기자)
▲장래준(체육부기자)
▲정일화(워싱턴특파원)·정진석
▲김수종(뉴욕특파원)
▲이준희(LA특파원)·홍성필
▲김인규(상파울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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