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동안 완강했던 태도를 바꿔 전면 핵사찰을 받기로 한것은 사찰거부로 인한 경제제재나 예기치 못할 사태발생등의 파국을 스스로 피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 일단 다행한 일이기는 하나 이는 핵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시사한것이지 완전해결의 문이 열린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넘어야할 고비·난관들이 여러 단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할것은 북한의 돌변이 치밀하게 계획된것이어서 사태진전을 낙관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평화적 해결원칙」을 강조했던 정부가 크게 반기는것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북한이 들고 나올 갖가지 대화카드에 대비, 전략의 손질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북한의 사찰수용으로 우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팀은 이번 주말께 평양에 들어가 신고된 7개핵시설을 점검, 지난 1년간 추출한 핵물질을 타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가려내고 소진된 카메라필름과 배터리를 교체하며 계속적인 감시시설작업을 벌일것이나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작년 12월29일 미국·북한간의 합의대로 7개시설의 전면사찰이 이뤄진 뒤에야 남북대화재개 및 팀스피리트훈련중단이 선언되며 실질적인 상황진전이 확인돼야만 미·북한간의 3단계회담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는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밟는동안 북한이 선전효과와 보다 많은것을 얻기 위해 트집을 잡고 태도를 표변할 함정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IAEA 사찰팀의 활동에 온갖 조건과 제동을 걸어 지연시킬 수 있고 남북대화를 형식적으로 진행, 장식용으로 만들 여지가 크다. 남북간의 특사교환을 통한 대화에서는 미국무성이 밝힌대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의한 상호핵사찰문제가 중점논의, 합의되어야 하나, 북한은 연방제통일을 위한 소위 10대강령과 정상회담개최등과 함께 핵문제도 논의될 수 있는 입장이어서 결국 회담을 교착, 결렬시킨뒤 남측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많은것이다.
그뿐인가. 북한은 한미 양국이 다음 단계의 해결과제로 삼고있는 미신고된 2개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사찰문제를 두고 또다시 조건붙이기등으로 복잡한 핵논쟁을 야기시키는 한편 NPT(핵확산금지협정)체제를 흔들기 위해 NPT철회유보자세를 상당기간 지속할게 분명하다. 북한이 이것을 3단계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는 무기로 활용할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이제 정부는 빠르면 이달말께 재개될 남북대화에 대비, 확고한 전략과 실천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즉 특사교환―대화는 상호사찰을 통한 핵투명성확보가 선결되어야 하고 그다음 정치적 현안들이 논의돼야하며 상호사찰이 미결될 때 팀스피리트훈련중단도 미·북한간의 3단계 회담도 성사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미국과 북한측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할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책략으로 진흙탕과 자갈밭을 맴돌았던 핵투명성을 위한 장정은 일단 비포장도로에 겨우 올라섰다. 아스팔트길을 순탄하게 달릴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성실성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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