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 출연… 냉소적 독백 전광판 글씨로 개와 함께 하는 연극 「심철종의 개」를 준비 중인 심철종(35)을 만나기 위해 동숭동「충돌 소극장 1」(745―6911)을 찾았다. 그는 전날의 숙취로 인해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다』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그의 상대역인 독일산 1년생 개 도베르만 「버디」도 객석 위에 길게 누운 채 큰 눈을 껌벅이며 기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출가 기국서에게 연극을 보여 줄 것을 청했다.
한 가정집의 거실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무대 정면에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고 그 왼편에 개 「버디」가 드나드는 곳이 만들어져 있다. 조명이 들어오자 심철종은 무대를 누비며 관객을 향해 넉살을 떨기 시작한다.
관객이 되어버린 동료 스태프들의 폭소 속에 연기는 계속된다. 무대 왼편에 있던 그의 상대역 「버디」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무엇인가 중얼거린다. 개의 몸짓과 웅얼거림은 전광판 위에 글씨로 나타난다. 「버디」의 독백은 냉소적이다. 비웃음을 섞어 인간과 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막으로 구성돼 있는 이 연극은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한 남자가 어느날 개가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현실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대안은 개가 되는 것이다.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인 셈이다. 그는 개가 누리는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듯이 나돌아 다닌다. 좋으면 꼬리치고, 싫으면 짖어대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생활…. 암캐와 눈이 맞아 강아지를 낳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해방되지 못한다. 단지 인간에서 개가 됐을 뿐이다. 지겨운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은 개가 되어 겪는 새로운 고통 때문에 뭉개져 버린다.
결국 그는 인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벗어 던지려던 그 무거운 옷들, 책임감이라든가, 그놈의 죄의식, 콤플렉스…우리가 깨워 주길 기다리고 있는」인간의 세계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다.
무대 곳곳에는 90분 동안 심철종의 「끼」가 질펀하게 흘렀다. 그는 10여년 동안 전위극, 실험극, 일인극만을 주로 해 온 연기자이다. 도베르만의 출연과 전광판 대사처리도 흥미 이상의 새로운 실험이다.
여기에 특유의 감각을 지닌 기국서의 연출이 관객과 무대를 이어주며 시종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심철종의 개」라는 제목이 붙은 이 연극은 17일부터 4월3일까지 공연된다.【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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