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다시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것이 우리시대의 상식이라고 믿어왔는데, 지난 연말부터 국내외에서 나돌기 시작한 「한반도 위기설」로 술렁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것은 뜻밖이다. 위기설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것은 북한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핵을 가진 북한은 세계인들의 눈에 수류탄을 든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북한은 한손에 핵을 든채 억지를 쓰고, 협박을 하고, 최소한의 양보를 하는척 하다가 다시 말을 뒤집곤 했다. 국가로서의 체면같은것은 버린지 오래이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구하려는 노력도 포기한 상태였다.
93년 3월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한후 세계는 「수류탄을 든 어린이」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남한과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내보이며 일진일퇴하는 북한과의 협상에 매달렸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북한핵에 끌려 다녔고, 그로 인해 혼선을 빚으며 국론이 분열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걸어나왔고, 미국을 골치아프게 하는 무시못할 상대가 됐다. 우아하게 국제무대에 등장하지는 못했으나, 북한은 핵을 무기로 많은것을 얻어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북한이 핵을 끌어안고 「놀라운 외교술」을 발휘하는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은 16일 마침내 7개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통보했다. 그들이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미신고 2개시설이 제외되긴 했으나, 세계는 일단 북한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그 환영은 북한이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문명국의 대열로 복귀할 가능성에 대한 환영이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한 「놀라운 외교술」로 미국과의 수교를 앞당기는등 몇가지 수확을 올릴 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신뢰할만한 국가라는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억지를 써서 계속 얻을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특히 남한의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를 느끼며 6·25의 분노를 되살렸다는것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믿을 수 없고, 위험하고, 동족을 상대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는 용서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남한에서 심화됐다는것은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절실한 북한으로서는 큰 불행이다.
북한은 자기만 보지말고 세계를 봐야 한다. 그러면 세계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도 알게 될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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