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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모면… 대화의 길 선택 다행”/북 핵사찰수락 각국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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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모면… 대화의 길 선택 다행”/북 핵사찰수락 각국 반응

입력
199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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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신고 시설도 특별사찰해야”/중국/“곤혹스런 제재결의피해 만족”/러시아/“NPT조약의무 성실 이행을” 북한 핵사찰 수락과 관련, 한반도 주변국인 일본 중국 러시아는 16일 이를 크게 환영하는 한편 나머지 미신고 시설 2개소에 대한 사찰등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을 촉구했다.

▷일본◁

 일본은 16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키로 발표한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것을 촉구했다.

 다케무라(무촌정의)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물질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은 점을 IAEA가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데 대해 환영한다』며 『일본으로서는 미·북한 협의가 재개되어 북한의 핵무기개발의혹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동의에는 신고된 시설만이 사찰을 받는것으로 되어 있으나 미신고시설 두곳에 대한 특별사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직 두곳정도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문제가 남아 있지만 일단은 잘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도쿄=이재무특파원】

▷중국◁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사찰 수락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그동안 줄곧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것을 주장하며 제재론에 반대해 온 점에 비춰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중국이 사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최근들어 북한핵 문제가 대결 양상을 띠는데 적지않은 우려를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월 들어 북한 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한국측 목소리를 주로 전하고 대북 제재 움직임은 외면한 보도 태도에서 중국의 이같은 「수면」하의 우려를 감지할 수 있다. 신화통신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태도라는 한승주 외무장관의 발언이나 야당인 민주당이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핵문제의 평화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등 대화론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전했다.【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

 러시아정부는 16일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수락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이는 『핵확산방지에 대한 국제적 노력의 개가』라고 논평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관계자는 『북한의 사찰수락은 벼랑끝에 선 사태를 해결키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앞으로 북한은 빠른 시일내 IAEA 사찰단 입국을 허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했음에도 불구하고 NPT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이행에 불충실해 왔다고 전제하고 이번 사찰수락을 계기로 북한은 NPT 조약의무를 성실히 이행,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북 전격사찰수용 속뜻/「일괄타결」 테이블에 미 유인/제재임박 위기감·권력구도 변화설도

 북한이 제재시한 직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키로 태도를 반전시킨 속셈과 속사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이 입장을 사실상 「U턴」한 원인을 북한의 장기적인 협상전략 및 내부의 돌변한 권력사정등 두 갈래에서 풀어보고 있다.

 우선 많이 거론되고 있는 분석은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극적으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을 북한측이 원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끌어가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IAEA이사회가 열리는 21일의 시한에 쫓겨 태도를 바꿨다고 보는 것은 단견일 수도 있을것』이라면서 『미국측을 조금 더 밀어붙여 일괄타결방식에 근접해 보려는 예정된 시나리오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전략적」으로 협상을 파국직면까지 몰고가다 한 발짝씩 물러서는 사이클을 거듭하고 있고 이번 IAEA등과의 협상태도도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지난 12일 북한의 외교부대변인 기자회견은 『3단계 조미회담이 열리면 핵문제와 조미관계개선 전반을 토의하겠다는 의향의 공식통보로 받아들여졌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이 견지하던 선핵해결―후정치회담 방식이 1개월이 넘는 실랑이 끝에 핵과 정치회담 동시진행이라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한발 가까워졌다는 해석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지난해부터 IAEA와의 사찰협상에 강수를 두면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을 미리 세워뒀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현시점을 「버티기」의 한계시한으로 본데에는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의 강행가능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94년 팀스피리트훈련은 이미 지난 연말 북미접촉단계에서 IAEA사찰수용과 남북대화의 진전을 조건으로 중지할 것이라는 양보를 얻어낸 상태다. 북한으로서는 핵사찰협상이 다음 달로 넘어가면서 팀스피리트훈련이 강행될 경우 이미 얻어놓은 과실마저 잃어버려 손익계산이 맞지 않게 된다. 

 다음 북한 내부적인 요인으로 권력승계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정책결정의 주도그룹이 태도변화를 일으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NPT탈퇴선언 및 준전시상태선포는 모두 김정일의 이름으로 이루어졌으나 북한의 핵게임이 큰 고비에 접어든 지금 미국측 인사에 대한 초청외교등 중대조치들이 사실상 김일성주도하에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북한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일주도로 진행된 핵게임등 외교와 경제개발을 일단 실패로 간주하고 김일성이 직접 사태를 수습하면서 정책노선의 일대 수정을 일으켰다는것이다. 또 가정이기는 하지만 김정일로의 권력승계가 불투명해진 상태에서 국제적 고립,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난의 심화를 견뎌내기 힘들것으로 판단했을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족통일연구원 서재진 북한연구실장은 『핵문제로 인해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자유경제무역지대등 경제개발정책들이 오히려 방해받고 있는 시점에 와 있는것같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장기적으로 핵문제에 관한한 한발 한발 더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유승우기자】

◎강·온교차 수차례 숨가빴던 3개월/지난해 12월부터 미와 4차례접촉… 뉴욕·빈서 성명전

 북한은 IAEA의 핵사찰을 수락하기까지 모두 네 차례의 외교부대변인논평(혹은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대외용 제스처인 외교부대변인논평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의중과 향후 행태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미북 3단계 고위급회담개최를 위한 4차례의 실무접촉이 개최되기 직전 외교부성명을 발표했다. 『미제국주의자들의 조선공화국 압살의도』 『남조선괴뢰정권의 꼭두각시놀음』등 초강경 어휘를 총동원한 비난성명이었다. 이후 북한은 3차례의 뉴욕접촉에서 이같은 「자세」를 견지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팀스피리트훈련 재검토 약속을 받아냈으며 남북대화라는 전제조건을 「사문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당시 미국내에는 클린턴행정부의 외교협상력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있었던 때였다.

 북한은 지난해 12월29일의 4번째 미북접촉에서 3단계 고위급회담성사의 기미가 보이자 이튿날인 12월30일 외교부논평을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기자들과의 문답형식을 통해 발표된 논평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끼워 넣었으며 곧이어 북한은 IAEA와의 빈협상을 시작했다.

 빈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렀을 때인 지난1월31일 북한외교부성명이 다시 발표됐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배치등을 구실로 삼아 「파렴치한 배신행위」등의 용어를 써가며 『NPT탈퇴유보선언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은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해버렸으며 IAEA와의 협상결렬을 선언하기도 했다.【오타와=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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