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아래의 지하강당·현수막하나·묵념과 치사대독·총비용 1백30만원. 15일 민자당의 창당4주년 기념행사관련사항이다. 화려한 자축분위기에 치러지곤하던 집권여당의 생일잔치는 이렇게 조촐하게 마무리 되었다. 30분만에 끝난 기념행사는 차라리 「마지못해 해치웠다」는 표현이 적절할듯 했다.
참석자중에는 정치개혁도 좋지만 해도 너무한다며 조촐하다 못해 초라한 행사에 섭섭함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앙정치교육원이나 한국종합전시관등에서 거창하게 펼쳐지던 과거 여당의 생일잔치를 떠올리는 사람에겐 민자당창당4주년 행사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미역국없는 생일상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생일잔치를 정작 초라하게 만든것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었다.무엇보다 흥이 나지 않는 쓸쓸한 분위기였다.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연두보고를 받기위해 당사를 방문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상당수의 소속의원들부터 자신의 잔치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무총장을 지냈던 김윤환 이춘구 김영구의원도 불참했다. 공교롭게도 불참자중엔 민정계가 많았다.
문정수사무총장이 먼저 당의 약사를 보고했다. 탄생경위를 짤막하게 설명한 뒤 『92년8월 김영삼대통령이 총재로 선출된 뒤 제2의 창당을 했다』고 말했다. 당의 약사는 3당합당의 전반부보다 대통령후보지명등 후반부로 갈수록 길어졌다.
김종필대표는 김대통령의 치사를 대독하기 앞서 창당선언문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4년이 지났지만 창당선언은 이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가슴에 새겨둘만한 금언』이라는 김대표의 말에는 「창업주」로서의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참석자중에 같은 감동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것 같았다.
잔치의 마지막순서. 당가를 합창하는 시간이었지만 배경음악만 외롭게 울어댈 뿐이었다. 김명윤고문의 만세 선창으로 생일잔치는 을씨년스럽게 끝났다.
지하강당을 나선 참석자들은 이내 뿔뿔이 흩어져 제갈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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