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막된 제166회 임시국회의 회기는 모두 18일간이다. 이중 공휴일 3일을 빼고 나면 실제 가동기간은 15일밖에 안된다. 여기서 국회 자체만으로 돌아가는 날은 며칠 안된다. 대부분의 회기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의 각료들이 동석해서 국정을 함께 논의하는데 소요된다. 본회의는 물론이고 상임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박수받는 의정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와 의원들이 잘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회에 나가는 행정부의 각료 및 고위공무원들이다. 국정을 집행하는 주체인 그들이 국회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에 따라 의정의 실효와 능률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제 아무리 열성을 가지고 추궁해 보았자 그에 대응하는 국무총리나 각료들이 무성의 무책임의 자세로 나오면 허공에 뜬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준비해야함은 물론이지만 행정부쪽 역시 내실과 소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행정부쪽의 답변이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답변내용에 알맹이가 없다는 소리는 국회가 열릴 때마다 나왔던 지적이다. 알맹이가 없는 내용을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해서 그럴듯하게 늘어 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병폐의 하나다. 그 자리 그 순간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올곧지 못한 습관이다. 국정을 집행하는 공직자로서 소신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다. 책임자로서 소신을 밝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번득여야 국민이 믿고 따라갈것 아닌가. 행정부도 이제 과거의 형식적이고 미지근한 태도를 지양할 때가 온것 같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부터라도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해 보는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소신을 자랑하는 이회창총리와 그 내각이 국회에서 첫선을 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총리 자신도 그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한듯, 이번 국회에 임하는 자신의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있어 시선을 끈다.
즉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무작정 추진하겠다고 헛된 장담을 해서는 안된다」, 「사실을 과장해서 모양만 그럴듯하게 윤색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긍정적인 면만 내세우지 말고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밝혀야 한다」(한국일보15일자 2면 보도)는 것등이다.
이런 다짐의 내용으로 보아 이총리 자신도 국회에 대응하는 행정부 자세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것 같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과연 어떻게 얼마나 개선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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