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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막 가치」 싸고 법정공방/재판부선 골머리… 합의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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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막 가치」 싸고 법정공방/재판부선 골머리… 합의유도

입력
199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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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혼여 “암 검진중 파열”… 7천만원 손배소/검진기관 “검사과정 으레 손상 과실없다” 반박 「처녀막의 가치」를 둘러싼 최초의 법정공방이 뜨겁다.

 서울민사지법 합의15부(재판장 김목민부장판사)에서 심리중인 「처녀막 보상소송」은 미혼인 양모씨(40·회사원)가 건강검진중 의료진의 과실로 처녀막이 파열됐다고 건강검진전문인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를 상대로 7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양씨는 지난해 5월 직장에서 단체로 실시한 건강검진을 받던중 희망하는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궁암검사를 받은후 갑자기 하혈과 함께 구토 어지럼증을 느꼈다. 동료들의 권유로 산부인과병원을 찾은 양씨는 「처녀막파열」진단을 받았다.

 놀란 양씨는 한국의학연구소측에 보상을 요구했다가 외면당하자 지난해 10월『처녀막 손상에 따른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양씨는 『비록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처녀성을 목숨만큼 소중하게 지켜 왔다』며 『자궁암검사를 하면서 결혼여부를 미리 파악, 처녀막이 파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학연구소측은 『자궁암 검사장 입구에 「부인과 검사」라는 안내문을 붙였고 원하는 사람에게만 실시했다. 자궁에서 세포조직을 떼내야 하는 검사방법상 처녀막 손상은 상식』이라며 과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동안 5차례 진행된 공판의 주변정황으로는 양씨가 다소 유리한것같다. 양씨는 민사소송에 앞서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자궁암검진을 한 사실을 들어 의학연구소측을 의료법위반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연구소측을 벌금 2백만원에 약식 기소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2일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 

 「처녀막의 가치」에 대한 국내 최초의 이 소송에 재판부가 판결로 명쾌한 판정을 내리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과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양씨는 17일 상오로 지정된 조정기일에 나가 합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돈 몇푼이 문제가 아니라 나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뜻에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한다.

 양씨는 이 「투쟁」을 위해 여성단체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꺼리는 입장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의 대표적 상징인 처녀막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남성중심의 낡은 성이데올로기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 여성계의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성개방풍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여성의 정조, 특히 처녀성을 존중하는 관념이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재야법조계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양씨 자신이 처녀막의 가치를 「순결」의 징표로서 소중히 여겨온 만큼, 법도 이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 미혼녀의 「처녀막의 가치」를 평가받으려는 싸움은 많은 여성의 의식속에서 처녀막의 가치가 희석돼가는 세태에서는 분명 음미할 만한 「사건」이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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