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라면 안익태음악 탐내죠”/“달밤의 고요와 노도의 힘 조화/「한국환상곡」등 연주 기대해도 좋아요” 작곡가 고 안익태선생(1906∼1965)은 55년부터 네 차례 고국을 방문했다. 그가 귀국공연을 가졌을 때 객석에서 열광하던 어린 음악도 박은성씨(49)가 이제 우리의 대표적 지휘자가 되어 오는 22일의 안익태음악제를 이끌게 된다.
당시 안익태는 베를린 필, 빈 필, 런던 필을 지휘한 세계적인 지휘자였으며 후기낭만파 최고의 대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사사한 국제적인 작곡가였다.
안익태는 고국에서 늘 「한국환상곡」을 지휘했다. 60년과 62년 시민회관에서 국립교향악단과 시립교향악단이 합동으로 연주할 때 박은성씨도 객석에 있었다. 이대부고학생으로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그는 그날 완전히 안익태에게 매료되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단원의 기량이 국제적이라고 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안선생님이 지휘하며 교향악단의 음색과 연주가 바뀌는데 정말 지휘자의 힘이 놀랍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휘하는 모습부터 단원들을 압도했지요. 입에 숨이 가득차 양볼이 이렇게 나와서 후우 후우 단원들에게 기를 불어넣으며 지휘하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지휘봉도 내 것보다 두 배는 길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 때 들었던 「한국환상곡」과 「강천성락」의 감동을 박은성씨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박은성씨는 서울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빈국립음악원에서 지휘를 배워 안익태선생의 길에 합류했다. 지난 90년에는 대통령표창과 91년에는 한국음악상을 받아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가 되었다.
그 박은성씨가 오는 22일 하오7시30분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한국일보사와 안익태기념재단이 주최하는 안익태음악제의 막을 올린다. 안익태음악제는 한국방송공사가 후원하고 한미은행이 협찬한다.
그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안익태의 교향곡 「한국환상곡」 「강천성락」, 교향시 「논개」, 가곡 「흰백합화」와 함께 제1회 안익태작곡상 수상작인 신예 여성작곡자 림지선씨의 「교향시 아킬레스의 방패」를 연주한다.
안익태가 지휘할 때 조촐하던 국립교향악단은 이제 국제적인 수준을 넘보는 KBS교향악단이 되어있다. 안익태가 단원을 압도하는 전제군주적 지휘자라면 박은성씨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에서 좋은 음악이 나온다』는 민주적 지휘자라고 말할 수 있다. 지휘봉도 짧다. 악보도 다르다.
『안익태선생은 38년 「한국환상곡」을 초연한 후 연주할 때마다 오케스트레이션을 바꿨습니다. 이번에 연주되는 악보는 안익태선생도 지휘해보지 못한 최후의 결정본입니다』
「한국환상곡」이 한민족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한 서사시라면, 「강천성락」은 「하늘에서 내려 온 소리」라는 말 그대로 전통아악을 토대로 만든 아름답고 섬세한 서정시이다. 「논개」는 강인한 맛이 넘치는 교향시이다.
『림지선씨의 「교향시 아킬레스의 방패」는 질서정연한 소리부터 시끄러운 소리까지 인간이 내는 모든 소리를 들려주면서 인간소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수학적인 정교함까지 느껴져 참 재미있는 곡』이라고 그는 평했다.
박은성씨는 『고요한 밤의 단소소리처럼 잔잔하다가 폭풍우가 치는 바다처럼 휘몰아치는 안익태 음악은 지휘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곡이라 오는 22일의 음악회를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한다. 안익태음악제 문의 724―2613∼4【서화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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