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떠난뒤 손흔드는 격」. UR협정 이행계획서(CS)의 GATT제출시한을 하루앞둔 14일 국회농수산위의 분위기이다. 야당의원들은 설연휴기간동안 돌아본 농촌의 현실적 위기감을 앞세워 UR협정 재협상을 목청높여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측은 「상황 끝」이라는 전제아래 이날 회의를 통과의례성격의 「매질」정도로 여겼으며 여당의원들은 침묵으로 이를 거들었다.
농수산위가 열려있던 하오2시부터 정부는 국무회의와 대외경제협력위를 잇달아 열어 GATT에 제출할 이행계획서를 정부안대로 확정 의결했다. 또 김량배장관은 상오 회의에 잠시 얼굴을 내미는 모양만 갖췄을뿐 하오엔 예정된 국무회의 보고일정을 이유로 아무런 사전양해 없이 국회를 떠나버렸다.
여기에는 김장관이 야당의원들의 닥달에 못이겨 정부의 UR이행계획서사본을 비공개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가 이를 다시 뒤집는 촌극도 가세했다.
회의는 시종 방향을 잃어버린채 정회와 속개가 거듭되는 맥빠진 흐름속에서 장관의 「위약」과 불성실을 성토하는 야당의원들의 고함으로 채워졌다. 김영진 이희천의원(민주)등은 무엇보다 정부 여당이 15일시한에 맞춰 내부적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오면서 하루전날에야 관련상임위를 연 「각본」을 성토했다.
김민주의원등은 『정부가 UR재협상이 불가하다고 누차 주장해 놓고도 지난달 열린 한미쇠고기협상에서 미국의 쿼타제요구를 전면수용하는 모순을 범했다』고 따졌다. 또 김장곤의원(민주)등은 『정부가 진정한 국익을 위해 협상에서 뱃심을 발휘해 본적이 있느냐』고 힐책하며 『이행계획서의 GATT제출시 소위 쌀 및 기초농산물 쇠고기항목은 공란으로 해 재협상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장관은 『인도네시아가 재협상을 성공시겼다는 얘기나 한미쇠고기협상내용등은 확인결과 와전된것으로 드러났다』고 해명한뒤 『이행계획서는 외교관례상 공개하기 곤란하고 내용은 바뀐게 없다』고 시종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장관이 난감한 입장을 피하려는듯 서둘러 의사당을 떠난뒤 속개된 하오회의는 장관불참이 엉뚱하게 쟁점으로 제기되고 야당이 장관없는 회의에 임할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서 개점휴업상태로 변했다. 결국 이날 소동은 김장관이 하오6시께 다시출석, 자신의 부재를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으나 이번에는 회의속개의 의사정족수가 모자라 의원들을 수소문하는 해프닝으로 연결됐다.
UR이행계획서제출시한 하루전에 초읽기식으로 열린 상임위, 야당이 이같은 의사일정에 암묵적 동의를 해놓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민자당의 불만, 상임위소집을 그저 얼굴이나 비치는 행사로 생각하는 정부, 지역구농민표를 의식한 여당의원들의 침묵, 어설픈 정부를 조리있게 공략하지 못하는 야당. 이날 농수산위의 「졸작」을 엮어낸 요인들 이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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