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민족명절」… 행사규모 축소/“충성” 선전 불구 일부선 「위기설」 북한이 「2월의 민족명절」로 기리는 김정일의「생일잔치」가 올해는 비교적분위기가 쓸쓸하다.
김정일은 오는16일로 52회 생일을 맞는다. 중앙·평양방송등 선전매체들이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하루도 빠짐없이 촉구하고 있는 것은 예년과 마찬가지. 그러나 실제행사는「전국 이경제선동대경연」등 국내행사만 두드러지고 규모도 눈에 뛰게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일의 생일행사가 이대로 단촐하게 끝난다면 우리측의 많은 전문가들의 관측은 어긋나게 된다. 지난해말 개최됐던 북한의 당중앙위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위한 아무런 조치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우리측에서는 김정일의 생일을 전후한 시기에 대권이양과 관련된 스케줄등이 발표될 것이라는 「2월중대조치설」이 대두됐었던 것.
이같은 「설」을 뒷받침하듯 북한언론들은 지난해말 부터 『김정일이 64년부터 당중앙위원회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74년 후계자로 내정됐다』면서 올해 생일은 「당업무개시 30주년」,「후계자내정 20주년」에 해당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라고 일제히 선전해왔다. 「2월중대조치설」의 골자는 핵문제타결을 위한 중대한 전기가 김정일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후계자내정 20주년을 맞아 당총비서 또는 국가주석승계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가 나올 것이라는 것.
그러나 정작 핵문제가 긴장의 도를 더하면서 해결이 일단은 장기화될 조짐이고 김정일생일이 임박해도 그의 위상강화를 위한 뚜렷한 징조가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는 거꾸로 「김정일위기설」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일생일은 지난74년 처음 기념된 뒤 75년에는 휴무일로 지정됐고 80년 전국적인 행사규모로 확대됐다. 40회생일인 82년에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으로「2월의 민족명절」로 지정,한달내내 축제분위기가 지속돼 김일성생일에 버금가게 됐다.
북한에서 김정일생일기간중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전국규모의 행사는 20여종에 이른다. 이 중 이미 개최됐거나 진행중인 것은 제4차 2·16예술상,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제3차 전국청년과학기술 전시회등이다.
축제의 서곡격인 2·16예술상은 성악·기악등 각부문에서 국내 및 해외교포 예술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행사이다. 올해는 이미 지난달 18일 개막,예선이 진행중이나 예년과는 달리 해외동포 예술인들을 제외하고 국내예술인들로만 개최되는등 규모가 축소됐다.
통일원관계자는 『예년의 행사종목은 모두 치러질 것같지만 소규모 행사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면서 『그러나 규모축소가 어떤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속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1회 생일때 북한은 평양시에서만 모두 2백16만송이(생일인 2월16일 상징)의 꽃을 피운다는 계획하에 화초를 대규모로 보관하고 전국의 원예관계자에게 동원령을 내리는등 요란을 떨었다. 올해는 정무원이 지난달중순 시내화단을 정리하고 하수도청소등 도시미화작업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을 뿐 이어서 대조적이다.
50회 생일때는 인민군 병사들이 해변에서 무려 8억3천만개의 골뱅이를 채집,「만년화」를 만들어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올해는 52회생일을 기념한 우표·엽서등이 발행됐다는등 몹시 조용한 보도뿐이다.
생일전날 금수산의사당등에서 개최되는 경축연회에서는 위기설이 거론되는 김정일뿐 아니라 권력서열에 따라 북한의 수뇌부가 전원 도열, 북한내부의 변화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할 것이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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