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문제도 외신의존… 전문기자 시급/돈봉투사건 검찰에만 매달려 추적미흡 지난 2월8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사설은 세간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 주목할만한 논지를 압축적으로 잘 전개하고 있다.
사설요지는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민적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진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해 알맹이없는 「빈봉투수사」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그동안의 보도기사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 언론이 진실규명을 위해 과연 적극적이고도 철저한 노력을 보였는지 묻고싶다.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은 처음에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단순한 정치가십정도로 다루다가 검찰 수사로 넘어가면서 연일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도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잡았다」면서 수사대상의원도 7∼8명이 된다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상식밖의 결론을 내린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이후 「의혹만 키웠다」「국민들 실망」등의 제목으로 돈봉투사건 수사미진에 따른 국민적 의혹과 실망을 대변해주었다. 그리고 자보 비자금수사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돈봉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사실상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음을 비춰주었다.
11 검찰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면 언론도 검찰을 원망하면서 함께 묻어버리는 비리의혹사건이 그동안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우리 언론이 갖는 한계를 이번에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는 듯해 씁쓸할 뿐이다.
한편 한국일보는 2월4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미국방장관 지명자 페리가 우리 국방부장관에게 결함있는 무기(ASPJ)를 구매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한국일보는 무기판매와 관련한 문서를 긴급입수해 보도하는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최근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미국쪽의 한반도 군사력 증강계획 또는 조치의 실질적인 목적중의 하나가 대한 무기판매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있는 상황에서 한국일보의 이런 보도는 나름대로의 취재노력이 돋보이는 시의적절한 보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며칠 뒤 미 정부가 우리 차세대 전투기 F16의 주요장비인 ASPJ개량연구와 관련된 예산을 제외시켰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의미있는 보도가 계속 뒤따르지 못한 점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덧붙여 최근 한국내 미군사력 증강문제에 대한 대부분의 보도들이 우리정부발표나 언론의 직접적인 취재보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1차적으로 미국방부 발표나 미언론보도의 인용을 통해 알수 있었다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우리의 중대한 안보나 군사력문제가 우리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보도되지 않고 외신을 통해 남의 나라얘기처럼 흘러들어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예속을 다시한번 입증한것과 다름없다.
미묘하게 전개되는 한반도상황속에서 우리에게도 단순한 국방부출입기자가 아닌 국방전문기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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