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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정의 해」맞아 만나본/최공웅 서울가정법원장(월요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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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정의 해」맞아 만나본/최공웅 서울가정법원장(월요 초대석)

입력
199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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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잘돼야 나라·세계 잘돼”/소송급증… 권리의식·불화증가 반영/요즘세대 합리적 불구 참을성 부족/이혼등 청구때 “법대로” 보다 조정·화해에 더 큰노력□대담=유주석 생활과학부장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다. 화목한 가정은 민주사회의 뿌리라는 슬로건으로 정부와 관련 민간단체들이 활발하게 여러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최공웅법원장도 가정법원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변화시키려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가정법원은 가정을 지키고 도와주는 전문법원이자 가사문제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특수법원이다. 가정법원을 실질적인 가정보호기관으로 자리 잡고자 노력하는 최공웅법원장을 만났다.

 ―가정법원장을 맡으신지 석달 남짓 됐습니다. 그동안 주로 관심과 정성을 쏟아 하신 일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가사상담실 신설

 ▲지난해 10월15일 취임해서 가정법원에 와보니 조정과 화해로 가사문제를 해결하는 가정법원설립 본연의 취지가 약화돼 가사문제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정법원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조정위원을 전문성있고 젊은 위원들로 대폭 교체하고 위원수도 늘렸습니다. 또한 가정법원창설 이후 30년동안 숙원사업이었던 가사상담실을 설치해 서민들이 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고 가정법원이 국민들에게 친근한 봉사기관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취임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스스로 가정법원에 대한 인상이나 인식을 바꾸게 된 부분이 있습니까.

 ▲나 자신도 가정법원을 이혼소송이나 다루는 곳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막상 취임하고 보니 가정법원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기관이며 가정생활을 보호하고 후견하는 복지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가정법원은 가정내 사건을 다루고 사람들의 신분관계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기본구성단위인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란걸  피부로 느꼈죠.

 ―가정법원의 제도나 운영면에서 꼭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습니까.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30년전 미국제도를 참고로 해서 만든 전문법원입니다. 가정문제와 비행소년의 문제등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전문법원으로서 과학성 전문성 개별성 독립성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미흡하다고 봅니다. 이는 예산부족등으로 전문능력을 갖춘 조정위원과 전문조사관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조정위원의 수당이 1일 3만원 밖에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가정법원을 현대화 전문화하기 위해서 조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1단계로 조정위원수를 43명에서 53명으로 늘리고 보다 젊은 층의 전문가들로 대폭 교체했습니다.

 ―국제사법과 국제소송이 전공분야인데 가사심판과 소년범죄를 다루는 가정법원의 일에 전공이 도움이 되는 점이 있습니까.

 ▲국제소송도 대부분 신분에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석사학위논문이 국제이혼문제를 다룬 「섭외이혼의 재판관할권 연구」였기 때문에 이혼에 관련된 소송에 인연이 깊은 셈이고 실제 참고도 많이 되지요.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이혼을 결심한 부부나 죄를 지은 소년같은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되십니까.

 ▲불행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목격하고 직접 만나면서 사회의 이런 부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을 가정법원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낍니다.

 ―청소년시절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그리고 결혼후 지금까지의 생활과 신변에 관한 일들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6·25때 국민학교를 다니는등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요.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서 고등고시를 보고 판사의 길을 걸은 다음 결혼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족은 아내, 대학에 다니는 딸둘과 고3생인 아들이 있고요.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등고시 사법과에 수석합격한이후 30여년 순탄한 승진의 길을 걸어온 성공한 법조인의 전형이십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말씀하신다면.

 ▲어머니가 어려서 돌아가셨고 어려운 시대 보통사람이 겪는 좌절과 어려움을 저 역시 겪었지요.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71년 사법파동이 일어났을 때 주심판사로 있었고 그때 많은 정신적인 고통과 어려움도 경험했습니다. 88년초 강신옥변호사에 대한 재판에서도 변호사의 자유로운 변호권 보장이라는 전제하에 법정모욕죄의 무죄를 선고할 때 힘이 들었습니다.

 ―유엔이 올해를 세계가정의 해로 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가정은 사회의 핵심인 동시에 작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입니다. 가정의 평화가 곧 국가의 평화이고 세계의 평화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가정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소년범이나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근래들어 이혼의 증가, 소년범 급증등은 가정이 불행해서지요. 세계 도처에 위기의 가정이 많이 늘어나 사회가 불안하고 국가발전이 저해되는 현실에 비춰 유엔이 지난 88년 유엔총회에서 가정의 해를 정했습니다. 우리 가정법원도 불행한 가정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작년 이혼1만건

 ―근래 가사소송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입니까.

 ▲시대변화에 따른 가족구성원간의 권리의식 신장과 가족법개정으로 개인의 권리를 법으로 찾겠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가사소송 신청건수가 엄청나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이혼사건 9천6백31건을 비롯해 가사소송1만1천3백64건, 가사비송사건 9천6백66건, 소년사건 1만12건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는 몇년전만 해도 외국영화에서나 봄직한 상속관련소송과 재산분할청구소송·상속포기소송등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혼의 증가로 이혼재산분할청구소송이 눈에 뛰게 많아졌지요. 소년범사건은 주로 성폭력 행위와 마약 본드등 향정신성약품 위반사범등이 많습니다.

 ―지난 1월14일 노모부양료청구소송 판결은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요즘 세태에 미뤄 보면 이런 유의 소송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노인부양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의 급진전과 노인의 경제적 자주성 상실, 애정결핍, 법판단을 요구하는 권리의식신장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봅니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났습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민법에도 노인부양의무조항을 명문화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만 노인부양문제는 국가가 나서 더 많은 지원을 해야될 것으로 봅니다.

 ―가정법원의 가사조정이나 소송내용은 개인의 사생활보호라는 점에서 언론보도가 극히 제한되고 있는데 국민의 알 권리와 가사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를 고려해 언론에 대폭 공개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그 의견에 공감합니다. 올들어서는 비공개원칙을 깨고 국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가사문제를 가능한한 일반에 알릴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노인부양료청구소송처럼 가사문제를 언론에 공개해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의 관심을 높이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단 공개를 할 때는 사생활보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또한 가정법원의 운영과 조정제도 가족법등도 적극 홍보해 사람들이 제도나 법을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습니다.【정리=배국남기자】

▷약력◁

▲1940년 서울출생

▲1962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62년 고등고시 사법과 수석합격(14회)

▲196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75년 미일리노이 법과대학원졸업

▲1981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1983∼91년 대구·서울고법부장판사

▲1991년 청주지방법원장 

▲1993년 전주지방법원장(2월)

▲1993년 서울가정법원장(10월 취임)

▲현재 국제사법학회·국제거래학법학회  부회장 한국민사법학회 상임이사

▲저술 국제소송(육법사)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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