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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들의 독립운동(특파원이 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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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들의 독립운동(특파원이 보는 세계)

입력
199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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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페인 당수 방미후 “눈물겨운 투쟁” 관심고조 우리에겐 생소하게 들리지만 영국에 신 페인(SINN FEIN)이란 정당이 있다. 신 페인이란 영어의 「우리 스스로(OURSELVES ONLY)」란 뜻의 아일랜드어이다. 이조직은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계 강경파로 구성되어있으며 북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치적 대변자이자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70년대 북아일랜드에서 유혈분규가 한창일때 「IRA 벨파스트연대사령관」을 맡았던 게리 애덤스(46)가 신 페인을 이끌고 있다.

 지난 10여일동안 애덤스가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북아일랜드문제를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시켰다. 그의 첫 미국나들이는 뉴욕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정부는 신 페인이 IRA의 무력투쟁노선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러차례 그의 미국입국을 불허해왔었다. 그러나 케네디가등 아일랜드계 미국유력정치인들의 압력끝에 클린턴미대통령이 입국비자를 내줘 애덤스의 미국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이는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갈망하는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계주민에겐 역사적 사건이다.

 애덤스가 뉴욕에 도착한 지난달 31일 저녁. 호텔에는 2천여명의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몰려들어 환호했다. 한 중년여인은 『영국이 지난 6백년동안 우리 아일랜드인들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미국인들에게 말해달라』며 울먹였다.

 애덤스는 『영국의 식민주의로 아일랜드인들이 더이상 차별당하는 일이 없도록 힘을 합쳐 싸우자』라고 답했다.

 20년전의 「테러리스트」. 영국에서는 그의 육성방송이 금지돼있고 미국정부도 그의 입국을 거부해왔던 「요주의 인물」.

 그는 지금도 IRA와 밀접한 연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말과 행동은 미국언론에 충분한 뉴스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애덤스는 미국체류48시간동안 유명한 래리 킹 쇼를 비롯해 8번이나 TV에 출연했고 5차례 신문인터뷰를 가지는등 미국언론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는 자신을 조지 워싱턴, 넬슨 만델라, 야세르 아라파트등과 같은 인물에 비유하면서 『영국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지만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운 위대한 자유투사였다』면서 북아일랜드에서의 유혈극 종식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방미성과는 아일랜드개신교도로 추정되는 게릴라들이 12일 신 페인당 본부건물에 로켓탄공격을 가함으로써 얼룩졌다. 이 로켓탄 공격은 북아일랜드문제가 얼마나 복잡다난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과 아일랜드정부는 IRA가 무력투쟁노선을 포기한다면 대화창구를 열겠다지만 IRA는 묵묵부답이다. 북아일랜드주민중 60%가 영국계인 상태에서 아일랜드계주민은 상대적으로 어쩔 수없는 소수이고 그래서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주민들은 법적으론 영국시민이지만 「아일랜드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종 종교 문화가 영국과는 다른데도 불구하고 1천여년동안 대영제국의 턱밑에서 영국의 식민지로 억압받아온 비극의 역사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로 고통을 받고있을 당시 일본제국주의자들은 독립투사들을 한결같이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북아일랜드의 애덤스.그가 테러리스트인가, 독립투사인가를 생각하면서 힘의 논리가 주도하는 냉엄한 역사현실을 되새겨 본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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