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가능성/“최대 양보얻기” 막판타결 전략/수뇌부 상황 긴박성 인식부족/실제핵개발 진행중… 노출우려 북한은 무엇때문에 핵사찰을 거부하게 됐는가. 그들의 속 사정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한미간의 대응은 무엇인가. 워싱턴을 방문한 한승주외무장관일행은 11일 미국측관계자들과 2시간여동안 세미나를 갖고 3가지 가능성에 대한 각각의 대비책을 수립했다. 숙소인 워터게이트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의 참석자는 우리측에서 한장관과 김삼훈핵전담대사 장재롱미주국장 및 한승수대사, 미국측에서 국무부의 갈루치정치군사담당차관보 허바드동아태담당부차관보 브라운한국과장 및 로드국방부부차관보.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한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현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북한의 협상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이른바 「벼랑끝 타결」을 즐겨왔다. 이는 남북관계의 협상에서도 항상 써오던 것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최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지칠 때까지 상황을 답보상태로 유지해간다. 북한은 IAEA와의 협상에서도 최소한 이사회가 끝나고 유엔에 보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달 말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안되면 유엔으로 넘어가더라도 안보리의 제재결정에는 시일이 걸릴것이며 안보리의 제재도 「촉구·경고·재촉구」등의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로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과정과 관련, 미북간의 실무접촉이 권력의 상부에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분석이다. 뉴욕접촉에서 완전히 합의된 약속도 성명이나 논평을 통해 급작스럽게 부인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미양국은 빠른 시일내에 북한 권력핵심부에 직접 「핫 라인」을 대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정책결정의 핵심부가 상황의 시급성을 실감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많기때문이다.
세번째 가능성은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은밀한 작업을 진척시켜 왔으며 국제사찰로 그것이 탄로될 것을 우려해 거부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될것이며 한미간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것이라는 결론이다.
이날 세미나를 지켜본 정부의 한 인사는 『첫째 둘째 셋째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6대 3대 1정도』라며 『한미양국간의 이번 협의도 이같은 비율로 시간이 할당되고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워싱턴=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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