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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개방(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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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개방(1000자 춘추)

입력
199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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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체결로 외국의 값싸고 질좋은 상품과 농산물이 우리 시장에 들어온다. 이제 우리 상품도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것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의료와 서비스, 금융산업도 내년부터 개방되니 우리 의료계의 주름살도 더욱 깊어가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와 의료 전달체계가 실시된지도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3차 진료기관에만 환자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쟁력과 의료시설이 빈약한 중소의료계는 「의료의 개방화」라는 거인 앞에, 풍전등화격이다. 열악한 진료수가, 빈약한 시설, 불친절한 서비스, 땅에 떨어진 신뢰감등이 우리 의료계의 현주소라면 선진국은 값싼 자본과 우수한 의료장비, 친절한 서비스정신을 앞세우고 밀려들 것이다.

 가령 대도시에 특수진료를 표방한 중소병원을 값싼 자본으로 손쉽게 설립한다, 병원시설을 고급스럽고 깨끗하게 꾸미고 환자를 주인처럼 모신다, 의료장비는 최고급으로 마련하고 진료는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금방 환자들의 신뢰감을 쌓아갈 수 있다. 이 병원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부유층의 예비환자들을 적극 유치하게 될 것이다. 부유층 환자는 극진하게 접대받으면서 편안하고 안전한 치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 본국 의료기관에 이송되어 정밀진료까지 받게 된다.

 결국 의료 개방화는 의료수가의 차별화를 초래하고 의료수가의 상승과 함께 의료수혜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계층간의 사회적 불화를 일으킨다.

 이것은 가정에서 그치지 않고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토불이」로 우리 농산물을 한없이 보호할 수 없듯이, 의료의 개방화라는 폭풍앞에 선 우리 의료계도 환자들로부터 신뢰감을 쌓지 않으면 절대 국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박경우 필병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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