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귀경길 폭설대책 “실종”/김성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귀경길 폭설대책 “실종”/김성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2.13 00:00
0 0

 전날밤 귀경객을 괴롭혔던 폭설이 멎은 12일 상오9시30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죽암휴게소. 지독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2백여명이 차를 세우자마자 허기를 채우려고 식당으로 몰려 초만원이었다. 화장실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4대의 공중전화부스 역시 상사에게 결근과 지각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전북 김제를 떠나 23시간만에 이곳에 도착했다는 한 귀경객은 『눈이 내려 길이 막힐것을 각오했지만 너무 심했다. 고향길이 고생길이라지만 길바닥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고 나니 고향갈 맛이 뚝 떨어졌다』고 넌더리를 냈다.

 추석 설날같은 명절때면 어김없이 접하는 풍경이지만 올 설날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사상최악」이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폭설이 교통체증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당국의 분석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지칠대로 지친 이들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자연현상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에 대처하는 당국의 대책이 너무 무성의했다는것이 불만의 주류였다. 자가운전자의 철저한 사전점검 소홀과 준법정신 실종도 도마에 올랐다.

 11일 하오부터 12일 새벽까지 폭설에 따른 경미한 접촉·충돌사고가 수도없이 빚어졌지만 견인차만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분주하게 오갔을 뿐, 그 흔한 순찰차는 한대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에 따른 수습책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체증을 가중시킨 자가운전자들도 많았고, 심지어 길이 막힌다고 도로 한복판에서 잠이든 몰지각한 운전자들도 있었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지난해 하늘 땅 바다에서 대형참사가 잇따라 발생했을때 정부는 대형재난에 신속히 대처한다는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강구했었다. 아무리 자연재해라고는 하지만 관계당국들이 협조체제를 신속히 구축해 유기적으로 대처했다면 고생길은 그만큼 짧아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