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미 관계개선 희망” 판단/국제 강경기류 피할 숨통트기 북한핵문제해결을 위한 막바지 움직임이 가닥을 잡았다. 짧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21일까지, 길게는 이사회의 결론이 유엔에 보고되는 이달 말까지 유엔과 IAEA등 국제무대차원의 「강경대응」과 북핵의 당사자격인 한국과 미국정부의 「온건대응」이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은 11일하오(한국시간 12일상오)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이같은 「2중경로 해결방안」에 대한 양국간 의견조율을 마무리했다.
○2중경로해결 조율
한장관과 크리스토퍼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핵문제가 설사 유엔안보리로 넘어가더라도 유엔의 대북조치가 구체적으로 결정되기 전에는 대화의 가능성을 살려둔다』는데 합의했다. 이같은 대화자세견지 방침은 이에 앞서 열렸던 한장관과 페리미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공감대가 이뤄진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양국이 이처럼 유엔과 IAEA등 국제사회의 대응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은 북한이 마지막 상황에서 「U턴」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수차례 접촉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3단계 고위급회담을 분명히 희망하고 있으며 핵사찰 수용을 위한 명분찾기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국방부측의 일부 강경론과 유럽쪽 국가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점을 여전히 공식입장으로 내놓고 있는 것을 이번 한장관의 방미에서 재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우리정부도 지난 8일의 청와대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유엔으로 가더라도 대화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으며 이같은 내용은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도 『신축적 대응이 요긴하다』는 표현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일방적 압박 역효과
한미양국이 시간적인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온건한 방안을 견지하려는 것은 국제적 기류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신속히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서도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장관을 수행한 정부관계자는 현재 ▲IAEA회원국들 간에 이미 「향후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북한은 IAEA와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양국이 함께 강경대응을 천명할 경우 북한의 「퇴로」를 차단, 오히려 북한에 자신들의 행태를 합리화시킬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강성기류는 IAEA에서 시작됐다. 북한과 IAEA는 미북간의 합의에 의해 핵협상을 시작했으나 4차례의 협상이 무위로 돌아갔다. 당연히 IAEA회원국들은 북한이 스스로 「비회원국」임을 주장하는데 대해 용납할수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즉 북한과의 협상은 IAEA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며 유엔으로 넘길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현재 IAEA에서는 21일의 이사회 이후의 과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워싱턴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사회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방법이 소진됐다』는 결의안을 채택, 이를 유엔에 보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엔안보리 5개상임이사국(P5)의 IAEA대표들간에 이를 위한 협의가 시작됐으며 이는 북한핵문제의 유엔 회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유엔도 IAEA보고서를 받을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선 이미 며칠전에 P5간의 협의가 비공식적으로 시작됐으며 이 협의의 결과는 한미외무장관회담에서 한장관에게 전달됐다.
한미양국은 10일과 11일의 워싱턴 연쇄접촉에서 이같은 두가지 기류에 대한 마지막 총점검을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다.【워싱턴=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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