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리국 풍속보존위해 책 펴내/수알치·벌꾼·망꾼 한조로 사냥/삼국시대전부터 성행… 현 전북서 명맥 <마당에 장대를 세우고 매의 두 다리를 사슴가죽 끈으로 묶어 장대에 매어둔다. 먹이를 든 사람이 매의 먹이인 「줄밥」을 흔들면 매는 먹이를 챈다. 훈련기간 매는 수탉의 가슴살이나 장끼의 살같이 기름기없는 먹이만 먹어야 한다. 매의 훈련기간은 40일 정도다. 사냥 전날 매의 주인인 「수알치」는 사냥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매에 목화씨 7∼8개를 먹여 뱃속에 있는 기름기를 뺀다.…> (「매사냥 조사보고서」중에서) 마당에 장대를 세우고 매의 두 다리를 사슴가죽 끈으로 묶어 장대에 매어둔다. 먹이를 든 사람이 매의 먹이인 「줄밥」을 흔들면 매는 먹이를 챈다. 훈련기간 매는 수탉의 가슴살이나 장끼의 살같이 기름기없는 먹이만 먹어야 한다. 매의 훈련기간은 40일 정도다. 사냥 전날 매의 주인인 「수알치」는 사냥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매에 목화씨 7∼8개를 먹여 뱃속에 있는 기름기를 뺀다.…>
「시치미 떼다」는 말이 매사냥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를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매의 꽁지에 백로의 깃털과 방울, 그리고 소뿔이나 뼈에 수알치의 이름을 적은 패를 달았다. 이것이「시치미」이고, 시치미를 떼어내고 매를 훔쳐가고도 모른체하는 데서 「시치미 뗀다」는 말이 유래했다.
문화재관리국(국장 정덕용)은 최근 사라져가는 매사냥 풍속의 기록보존을 위해 매사냥에 대해 처음으로 학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매사냥 조사보고서」(비매품)라는 책으로 펴냈다.
1백90여쪽의 이 책에는 매사냥의 역사와 관련지명, 매의 포획과 사육법, 사냥훈련과 사냥법, 매사냥 기능보유자 등 매사냥에 관한 거의 모든 사실이 실려 있다. 이번 조사는 김선풍(중앙대) 임동권(중앙대)교수 등 민속학전문가 9명에 의해 지난해 초부터 1년 동안 전국각지에서 이뤄졌다.
이 책을 토대로 매사냥을 떠나보자.
사냥은 바람이 잔잔하고 날씨가 좋은 날 나간다. (비바람 부는 날 사냥은 금기다) 벌꾼 5∼10명, 망꾼 1명, 수알치 1명이 한 조가 된다. 벌꾼이 산 아래쪽에서 꿩을 나무로 후려치면서 몰면 수알치는 날던 꿩이 내려앉으려 할 때 매를 『우여』 하며 날려 보낸다.
사냥을 잘하는 매는 꿩과 함께 날지 않는다.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가 꿩이 내려앉는 순간 쏜살같이 돌진해 꿩을 낚아챈다. 꿩은 겁이 많아 매를 보자마자 떨어지기도 하고, 매방울 소리만 들어도 겁에 질려 떨어진다.
매가 꿩을 채면 망꾼은 매의 위치를 알려주고, 수알치와 벌꾼은 신속하게 달려간다. 매는 꿩을 챘을 때 한 발로 꿩의 몸을 차고, 다른 한 발로 머리를 싸서 죽이는데, 맨 먼저 꿩의 눈알을, 그 다음 내장을 파먹는다. 수알치와 벌꾼은 매가 꿩을 먹기 전에 신속하게 달려가야 한다.
수알치는 검정보자기로 꿩을 덮어버린 다음 박제 꿩을 보여주면서 『후』하고 주변에 던진다. 매가 박제꿩을 덮친 사이 사냥한 꿩을 배낭 속에 집어넣는다. 사냥한 꿩은 수알치가 세 마리, 나머지 사냥꾼들이 두 마리 비율로 나눈다.
신석기시대 중부아시아 지방에서 시작된 매사냥은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귀족층의 놀이문화로 전해져 왔다. 특히 고려말 충렬왕 때에는 매사냥 전담기구인 「응방」이 설치될 만큼 왕족의 오락으로 크게 성행했고, 조선조와 일제시기를 거쳐 지난 60년대까지 전문 매사냥꾼이 남아 있었다.
일제 때 사냥총이 보급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한 매사냥은 현재 전북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 690 전영태옹(78) 등에 의해 겨우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720-2122∼8【서사봉기자】
◎매의 종류와 사냥용어/보라매=한살 미만 매/줄밥=매의 먹이
◇매의 종류
▲보라매=1살 미만의 젊은 매, 배에 보라색 계통의 무늬 ▲산진이=2살 이상된 매, 배에 호랑이 무늬. 야생으로 한 해를 넘긴 매도 산진이라 한다. ▲수진이=사람 손에서 한 해를 넘긴 매 ▲재진이=사람 손에서 두 해째 된 매 ▲삼진이=사람 손에서 세 해째 된 매
◇매사냥 관련 용어
▲수알치=매의 주인 ▲벌꾼=꿩을 모는 사람 ▲망꾼=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사람 ▲줄밥=매의 먹이 ▲티=매를 길들일 때 목화씨를 먹여 토하게 하는 일 ▲줄밥을 먹인다=매의 다리를 가죽끈으로 묶고 꿩을 날려 제대로 사냥하는지 시험하는 일 ▲밥찌끼=매를 길들일 때 먹이로 주는 기름 뺀 꿩고기. 이때 목화씨를 싸 먹인다 ▲매방울=사냥 후 매를 찾기 쉽도록 매 꼬리에 다는 방울 ▲방울이 붙임을 나가다=매가 처음으로 사냥나가는 일 ▲비각=사냥계획을 바꾸는 일. 사냥갈 때 여자가 사냥꾼을 앞질러가면 그날 사냥을 그만두든지 원래 정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사냥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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