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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편승 임금은 「해독의 거품」(「고임금」 벽을 깨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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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편승 임금은 「해독의 거품」(「고임금」 벽을 깨자:1)

입력
199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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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P대비 세계 최고선/실속없이 경쟁력만 상실 각계의 열렬한 성원속에 지난 연말께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기획연재를 제1부 「고비용 벽을 깨자」 제2부 「고금리 벽을 깨자」에 이어 오늘 부터 제3부시리즈로 계속합니다.【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고임금은 실속이 없다. 물가에 밀려서 올라가는 임금이기 때문이다. 물가때문에 오르는 임금은 올라봐야 소용이 없는 공허한 임금이다.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실익을 주지못하면서 전체 경제에 안겨주는 해독은 끔찍하기만한 것이 헛배부른 고임금의 실체다.

 한국의 임금은 외형상으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임금의 절대수준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소득수준을 감안한 상대적 비교치로 보면 선진국을 앞질러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임금(92년)은 1인당국민소득(GNP)의 1.82배에 달하고 있으나 일본은 1.16배, 대만은 1.27배에 불과하다. 소득수준이 우리의 2배인 싱가포르는 0.74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세계최고 수준의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공복감은 여전하다. 생활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버려 고임금이 아무런 실속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경쟁국중 최고수준이다. 87∼92년중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4%로 일본(2.2%) 대만(3.6%) 싱가포르(2.6%)등에 비해 2∼3배 높다. 

 경제선진국인 일본은 아주 대조적이다. 세계최대의 최첨단 산업용로봇메이커인 파낙사의 대졸초임(93년)은 놀랍게도 19만6천엔밖에 안된다.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40만∼50만원수준으로 국내 대형제조업체의 대졸초임(55만∼60만원)보다 아주 낮다. 가등진평부사장은 지난1월 기자와 만나 『이 정도 월급을 주고 고급두뇌들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전혀 문제될게 없다』고 말했다. 가등부사장은 『5∼6년이 지나면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월급이 많아지지만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파낙사의 임금수준은 우리 잣대로 보면 분명 저임금이다. 그러나 파낙사의 근로자들은 이를 결코 저임금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등부사장은 『노조는 있지만 노사분규는 한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임금(사용자)이 저임금(노조)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저임금이 저임금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생활물가가 안정되어 있고 사내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은 기업측에서 보면 비용이지만 근로자에게는 소득이다. 그러나 「고물가속의 고임금」은 근로자의 실질소득(복지)은 별로 향상시키지 못한 채 기업의 비용만 증가시킨다.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실익을 주지 못하면서 대외경쟁력만 떨어뜨린다. 우리의 고임금은 기업의 대외경쟁력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고임금이지만 근로자 복지증진측면에서 보면 저임금이다.

 박우규박사(한국개발연구원)는 『임금이 높아져 물가를 상승시킨다거나 물가가 올라 임금이 높아졌다는 식의 논쟁은 본격적인 개방시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고임금은 바로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경제운영을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임금거품」을 제거하지 못하면, 즉 실속없는 「고임금」의 벽을 깨지 못하면 근로자도 고통받고 기업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시간당 인건비가 매년 24.5%(87∼92년평균)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이 온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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