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이지적인 이미지… 「피아노」로 연기인생 만개 80년대 할리우드가 건진 연기파 배우를 꼽으라면 홀리 헌터를 빼놓을 수 없다. 작달막한 키, 각진 얼굴, 꼭 다문 얇은 입술등 배우로서 결코 미인이라는 칭찬을 들을수 없는 얼굴을 가졌지만 그는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연기력에 대한 평가까지 한손에 틀어쥐고 있다.
작은 몸에서 분출하는 당당함과 강인함, 천진난만한듯한 웃음속에서 역설적으로 풍겨나오는 이지적이고 독한 이미지등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냄새를 가진 그의 연기력은 특히 최근 들어 거듭 찬사를 받고 있다.
홀리 헌터를 국내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87년의「브로드캐스트뉴스」와 「아리조나 유괴사건」. 「브로드캐스트뉴스」에서 윌리엄 허트, 알버트 브룩스와 함께 방송인으로 출연한 홀리 헌터는 언론과 방송의 부도덕성, 일중독에 걸린 현대인의 생활을 신랄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일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맹렬여성프로듀서의 역을 소화해내면서 그는 여전사와 같은 강인한 이미지를 팬들에게 굳혔다.
니콜러스 케이지와 연기한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잡범과 여형사의 결혼, 불임, 유괴로 이어지는 내용의 컬트 액션 코미디. 홀리 헌터는 이 작품에서 그동안 자신이 해온 연기와 다소 다른 코믹한 여형사의 모습을 무리없이 소화해내 비평가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능배우의 면모를 과시했다.
무엇보다 홀리 헌터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은 뉴질랜드의 여류 제인 캠피온이 감독한 「피아노」(93). 그는 이 영화에서 피아노를 얻기 위해 불륜을 저지르다 결국 불같은 본능과 욕망을 폭발시키는 벙어리 미혼모로 출연한다. 피아노라는 사랑의 대체물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 뒤늦게 눈뜬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불길에 자신을 던져 버리는 여인의 모습을 그는 대사 한마디 없이 특유의 눈빛과 표정으로 일궈내 관객들을 압도한다. 「피아노」로 홀리 헌터는 93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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