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거리의 작은 정비업소의 신세를 져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런 정비소는 일명 배터리 가게라고도 하는데, 그 규모를 보면 「가게」라고 하기에는 시설이 제법 번듯하고,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변변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업소들의 간판은 으레 예외없이 카 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 센터라는 말은 어떤 활동이나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앙부라는 뜻인데 과장된 이름으로 남용된다는 느낌이 든다. 한때 막걸리 센터니 낙지 센터니 하는 간판들이 꽤 흔했지만 어느 것 하나 센터답게 이름을 길게 남기지 못했다.
「카 센터」의 작업은 생산활동이 아니다. 일종의 정비서비스를 수행할 뿐이다. 물론 거기에다가 각종 부속품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일종의 수공업적인 공정의 한 부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수공업은 제대로 커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 알맞은 낱말을 찾아 내기가 그리 수월치 않다.
무척 초라하기만 했던 우리의 전통수공업 가운데 「매조이」라는 것이 있었다. 혹시 50년대의 추억을 아직 간직한 사람들은 『매죄려』라고 소리치던 「매죄려 장수」 혹은 「매조잇군」을 기억하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닳아버린 맷돌을 정으로 쪼아 다시 날카롭게 해 주던 자영기술자(?)들로서 요즘 자동차 보링기술자의 정신적 선조들이다.
카 센터의 일거리는 일정 부분은 옛날 매조잇군들의 작업내용과 일치될 뿐만 아니라 그 공정을 승계하고 발전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곧 매조이라는 일에서 차조이라는 발전된 수공업적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진정한 국제화는 전통적 개념과 발전된 현대 개념을 묶어 주는 의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귀와 입에 익은 카 센터라는 말은 「차조잇집」이나 좀 소박하게 「차조잇방」 정도로 바꾸어 생각해 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김하수·연세대 국문과 교수>김하수·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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