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현장이 민중노래극 「노동의 새벽」을 문예회관 무대에 올렸다. 1988년 박노해의 동명시집을 바탕으로 박인배가 연출한 이 작품은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자들의 갈등과 분노, 삶의 애환, 패배와 절망뒤의 각성,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의지를 춤과 노래로 엮어 무대위에 펼쳐놓는다. 거기에 주인공 명준과 순옥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져 개인의 삶과 전체의 삶은 맞물려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수년간 노동현장이나 대학가에서 마당극형태로 호응을 받아온 작품이 문예회관에서 공연되었다는것은 단순한 공연장소 이동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제도권의 태도 변화와 민중예술 내부의 방향전환 모색을 바탕으로 민중연극이 재야로부터 기존연극으로 발돋움하는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도 이념적 메시지의 효과적 전달이라는 선동목적극(아지―프로극)의 기준에 한편의 연극으로서 얼마만큼 재미와 감동을 주었는가라는 기준이 첨가된다.
오랫동안 다듬어진 작품답게 「노동의 새벽」은 진행이 비교적 순탄하고, 극단 「현장」의 고정 팬들인듯한 관객들의 열기가 뜨겁다. 연출은 야외마당극을 실내무대에 옮기는데 있어서 계단으로 꾸며진 회전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마당극에서처럼 대소도구들을 사용하지 않고 조명을 활용하지 않아 작품전체에 시각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획일화된 인상을 준다. 원작시들이 갖고있는 냉혹함과 따스함,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대비와 조화가 시각화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극의 생명은 원작시들을 토대로하는 노래와 대사에 있는데 전체적인 수준이 고르지 못한 가운데서도 몇몇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박노해의 진솔하고도 시각적 상상력이 풍부한 시구들이 뿜어내는 힘에 비해 극의 구성은 평면적이고, 노동자들의 삶과 갈등은 단순하게 묘사되었다. 그 가운데서 명준의 고백을 통한 노동운동가들의 반성, 그들이 싸워야할 또하나의 대상― 대중소비문화, 향락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등이 짧게나마 삽입되어있는 것은 성숙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일이다.
「노동의 새벽」의 중앙무대 진입을 민중연극의 「참된 시작」으로 삼을 것인가는 극단을 이끄는 주체들이 정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을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연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현실과의 타협으로 보고 외면해서는 안될것이다. 그것은 박노해가 그의 두번째시집 「참된 시작」에서 자조적으로 진단한대로 「노동에 시달리느라… 예술신경, 감동신경, 영혼신경…이 마비되어 집단불감증에 걸린 노동자들」의 감각을 일깨우고 정서를 풍부하게할 뿐만 아니라 민중연극과 기존연극 모두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이혜경·연극평론가>이혜경·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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